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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 명상을 하다 명상의 세계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명상의 세계 자체로부터 해방되는 일이다. 명상하는 지젝을 상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래 영상을 보며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다면 지젝 철학의 진가를 이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70대 노인이 귀엽다고 느껴지긴 처음이다. 지젝은 노인은커녕 어린 아이 같다. 그래서 사랑스럽다. 명상을 해보자고 하자 따라하는 그의 모습을 보라. 열심이긴 하지만 이내 곧 눈을 뜨고 딴짓을 한다. 그러다 다시 명상을 해보려고 하기도 한다. 그건 마치 교회에서 '이제 눈을 감고 하나님께 기도합시다'라고 하자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시늉을 하지만 속으로는 딴 생각만 하는 아이의 모습과 비슷하다. 어린 시절 교회에 가서 진심으로 기도를 올린 아이가 몇이나 있었단 말인가? 어서 빨.. 2023. 10. 8.
혁오의 '멋진 헛간' 혁오, 딱히 좋아해본 적 없다. 2014-5년경 차세대 록음악가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에 비해 방송을 통해 세련되게 말랑한 느낌의 곡들만이 들려온 까닭이다. 그러나 뒤늦게 아래 "멋진 헛간"이란 곡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그는 록 음악가가 맞다. 2015년 '무한도전'에서 정형돈풍으로 장난스럽게 편곡되어 쓰인 후 이 곡이 애초 오혁이 의도한 판본의 형태로 단 한번도 발표된 적이 없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무한도전'은 한국 사회의 표준적 인간상을 만들어내는 공간이었다.* 한국적 인간의 표준성을 완전히 결여한 오혁조차 그 안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무도' 안에 록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의미론적으로 아래 곡이 원래 판본일 것이 분명한데 무한도전 편곡 판본이 등장한 이후 아래 판본이 거꾸로 'r.. 2023. 10. 1.
Jamie Branch, [Fly or Die] 여전히 욱신거린다. 대상포진 후유증이다. 연휴를 맞아 매일 9시간 넘게 잔다. 잠이 안와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쉬기 위해서다. 난 한번 일어나면 휴일이라고 해도 밤이 오기 전에는 거의 다시 눕지 않는다. 물론 의자에 앉아 잠깐 자는 경우는 왕왕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종종 과로의 느낌에 빠져든다. 그래서 쉬려면 아예 잠자리에서 나오지 말아야한다.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다. 피부에 나타나는 포진은 증상일 뿐이고 실제로는 바이러스가 신경 계통을 파먹는 병이기 때문이다. 상처 부위가 건드려지면 깊은 곳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쉴 땐 음악을 들어야한다. 제이미 브랜치는 미국의 트럼펫 연주자다. 1983년생이다. 상당히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들려준다... 2023. 9. 30.
Joe Hisaishi, Studio Ghibli Experience, Part 1 대상포진에 걸렸다. 세속에 내려온 대가다. 혹은 음악이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병은 음악이 없는 곳에서 발생한다. 세속이 음악의 빈곳을 채우게 놔두어선 안된다. 그때 난 이미 죽고 없을 거다. 거꾸로 음악으로 하여금 세상을 차지하도록 만들어야한다. 당신이 내 친구라면 이 말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2023. 9. 24.
"Oppenheimer: The Decision to Drop the Bomb" 아래는 영화 [오펜하이머]로 유명해진 오페하이머의 "이제 나는 죽음,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다"는 인터뷰 장면이 담긴 NBC의 다큐멘터리 "원자폭탄을 떨어트리기로 한 결정"의 전체 영상이다. 1965년 1월5일 방영된 영상이다. 오펜하이머의 인터뷰 장면은 1시간 4분 경에 나온다.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 개인적으로 [오펜하이머]를 크게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역사적 사건에 기반한 영화인만큼 사전에 내용을 알고 있어 극중 일어날 일에 대해 서스펜스를 느낄 수 없었다는 게 한 이유였지 싶다. 그러나 동시에 말이 너무 많아서 영화를 보고 있기가 피곤하기도 했다. [오펜하이머]는 인물들 사이에 파지는 감정의 골을 따라가지 않으면 큰 재미를 느껴기 어려운 영화다. 그러나 많은 중요한 영화.. 2023. 9. 4.
메탈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근래 메탈이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한번 볼 만하다. 메탈 음악은 일반적으로 마초적 남성의 반사회적 공격성을 음악이라 불리는 미학적 양식을 가지고 승화시킨 경우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메탈에 미학이라는 말을 쓰는 것에는 일리가 있는 동시에 어폐가 있다. 일반적으로 미학은 질서와 균형미를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메탈은 기존의 미학적 균형을 깨버리는 데 훨씬 더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자기 나름의 원칙과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질서정연하기도 한 게 메탈이기도 하다. 메탈은 하나의 공식으로 장착된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메탈이 근래 장르로서 대중적 지지 기반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새롭.. 2023. 8. 26.
WeDance, "Silk Shirt" 위댄스의 음악을 들을 때면 21세기에도 음악이 아직 순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사실 이들의 음악 자체가 오래동안 옷장 한 구석에 묻혀있었던 아빠의 화려한 실크 보물 셔츠 같다. 세상에 중심에 있지 않은, 길에서 처음 만난 '옆자리 아주머니'만이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보물 말이다. 유행이 지나 버려진 과거의 파편, 패셔너블한 세상의 사람들이라면 무시할 옛것에 불과한 것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위댄스가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듣고 있으면 '감정'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빌보드 차트를 누빈다는 K-팝 곡에 없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감정'일 것이다. 위댄스의 "그저 하고 싶다는"을 다시 떠올려보자. 개인적으로 근래 한국에서 나온 곡 중.. 2023. 8. 5.
인문학은 학문인가 교양인가? 문학과 철학을 기반으로 공부하지만 동시에 난 과학과 수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도 하다. 과학과 수학을 고려에 넣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의 하나는 문학 비평가들의 철학 이해가 20세기적이라는 것이다. 문학 비평가들 사이에서 대부분의 경우 철학은 하이데거 이후 미학적 존재론으로 옮겨갔을 때의 철학이 기준이다. 이는 문학 비평가들 사이에서 니체 이전 철학은 거대 담론과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는 '나쁜놈 철학' 정도로 퉁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문학 비평가 중에도 니체 이전, 예컨대, 칸트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있다. 그러나 그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칸트의 철학 체계 일반이 수학 및 과학 전통과 어떠한 관계 속에서 나오게 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여기서 문학비평은 순수한 미학의 문제이거나.. 2023. 7. 30.
Cole Pulice, "If I Don't See You in the Future, I'll See You in the Pasture" 서울 거리를 다니면 너무도 피곤하다. 온갖 메세지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광고물들이 첫번째다. 가게의 간판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건물이 있는 곳엔 여지없이 가게가 있다. 그들 가게는 보는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여 가게 안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자 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여기저기 눈길을 끌고자 혈안이 된 문구와 영상으로 가득하다. 버스 안 디스플레이를 보면 순간적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엔터테인먼트 영상이 유튜브 영상과 같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그 아래 뜨는 한 줄 기사 속 정치 뉴스 기사는 한국 주류 미디어의 입장을 대변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다른 한편 버스의 유리창에는 투명 스티커 형태로 광고가 침투해있다. 근래 형사물 혹은 깡패물 영화에서 자주 눈에 띄는 육중한 체구의 한국계 미국 배우가 근거 없는 .. 2023.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