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68

말이 탄산음료처럼 보글보글 작품의 영어 제목은 [말이 탄산음료처럼 보글거린다](Words Bubble Up Like Soda Pop)다. 일본 작품이고, 감독은 이시구로 쿄헤이다. 한국어로는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라고 되어있다. 일본어 제목의 직역인 것 같다. 몇 가지가 눈에 띈다. 일단 색감이 소다수 같다. 인스타그램에서 볼 법한 10대 취향 그림체를 가지고 애니를 만들어놓은 모습이다. 둘째로, 음악이 소다수 같다. 달콤하면서 상큼하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내러티브는 어떤까? 작품이 시작되고 상당 시간 동안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배경이 제시되고 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무슨 일을 벌일 것인지 짐작할 수 없다. 장난기 어린 모습의 한 아이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한참을 달리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2024. 2. 13.
Astrid Sonne, "Give My All" 최근 톰 요크(Thom Yorke)가 눈의 벽(Wall of Eyes)이라는 이름의 밴드로 앨범을 하나 냈다. 문제는 그의 목소리다. 최근 10년 사이 난 그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모든 음악적 매력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라디오헤드든 월오브아이즈이든 동일하다. 모기 소리를 듣는 것 같이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톰에게는 문제가 없다. 내 뇌와 신경계가 그의 목소리를 해독하는 방식이 문제다. 그러나 내 신경계가 그의 목소리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이상 내 신경계와 그의 목소리는 공존할 수 없다. 라디오헤드의 경우를 예로 들면, 사실 1990년대 데뷔한 밴드 중에서 드물게 아직까지도 음악적 참신성을 유지하는 밴드라고 여긴다. 그러나 톰 요크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많은 경우 듣고 싶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내게.. 2024. 1. 31.
Snarky Puppy, "Lingus" 관악기 소리를 크게 좋아하지 않지만 들을 만하다. 후반부 드럼의 도움만 받은 채 진행되는 키보드의 솔로 플레이는 확실히 인상적이다. -- We Like It Here (2014) 2024. 1. 23.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들 아래 영상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2002년작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가져온 것이다. 당시는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총기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냐를 두고 시끄러웠던 때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학생 두명이 총기를 들고 학교에 들어와 12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를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대단히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이 총기 사건으로 유명하다지만 그 이전까지 같은 미성년자 학생이 학교에서 동료 학생 및 교사를 대상으로 이 정도 규모로 사람을 죽인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에 의한 학교 내 사건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무엇이 이런 일을 일으킨 원인인지를 두고 말이 많았다. 범인들이 평소 마릴린 맨슨과 같은 폭력적 록음악을 들었고, 비슷하게 폭력적인 [사우스파크]라는 만화를 보.. 2024. 1. 15.
푸른 눈의 사무라이 아래 [푸른 눈의 사무라이]는 여러가지 요소를 섞어놓은 애니메이션이다. 영상은 영화 [300]의 애니메이션판 같은 느낌이다. 다만 배경을 일본으로 바꾼뒤 그리스 전사들 대신 사무라이를 넣은 모습이다. 다른 한편 게임을 애니로 만들어놓은 것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파울러의 성으로 침투해들어가는 과정이 특히 그러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창기 작품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이 떠오르기도 한다. 둘 다 적이 숨어있는 성으로 침투해들어가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이 애니의 최대 매력이 여기서 나온다. 지독하게 폭력적인 장면들을 스타일로 가득찬 영상으로 바꾸어 황홀하게 바라보도록 만들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상미를 강조하는 유형의 영화는 플롯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금 보면 '영상미'라.. 2024. 1. 7.
Félix Mendelssohn, "Variations sérieuse" 거듭제곱 연산에서 직관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수가 몇개 있다. 예를 들어, 1의 0승, 0의 0승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의외로 0의 1승은 쉽게 생각해낼 수 있다. 0이 하나 있다는 뜻이니 0일 것이다. 0은 100개 있어도 0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자연수를 이용한 연산과 별로 다르지 않게 보인다. 그러나 이는 0의 0승으로 가면 이야기가 좀 이상해진다. 답은 1이다. 문제는 '어째서?'다. 0이 하나 일때 0이었는데, 어떻게 0이 하나도 없다는 데 거꾸로 1이 나오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거듭제곱 연산의 전제가 무엇인지 보아야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거듭제곱은 실수 체계에서 0이 차지하는 위상, 즉 1과 -1이 서로 상쇄되어 생기는 중립 지대로서 0을 고려하지 않는다. 거듭제.. 2023. 12. 30.
Tsuneo Imahori, [Trigun: The First Donuts] [트라이건: 첫번째 도넛]은 20여년도 더 전에 내 귀를 즐겁게 해주었던 음반의 하나다. (아마도) 20년 만에 다시 듣게 됐지 싶은데 예전에 이런 음악을 좋았했다는 사실이 딱히 창피하거나 하진 않다. 역사에 남을 명작 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좋다고 느낀다. 물론, 유치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2000년 전후에 나온 음악들을 듣고 있으면 내 취향이 저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인데 정작 애니를 본 적은 없다는 거다. 이 말은 애니메이션이 지닌 매력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자신을 어필할 만한 힘을 가진 앨범이라는 뜻이다. 보통은 사운드트랙의 경우 음악 자체가 별로라도 영화나 애니가 지닌 내러티브의 힘에 .. 2023. 12. 24.
Moritz Moszkowski, "Piano Concerto No. 2 in E Major, Op 59" 모리츠 모슈코프스키는 19세기 독일의 작곡가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작곡가다. 당대에는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매우 듣기 편한 낭만주의 작곡가다. 아래 곡은 1898년에 작곡됐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역사에 남을 위대한 곡이 될 소지는 크지 않다. 19세기에 씌어진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들과 유사한 느낌이다. 20세기가 다 된 시점에 작곡된 곡이 이런 스타일이라는 것은 구시대적으로 여겨질 확률이 크다. 예컨대, 쉔베르크의 "Verklärte Nacht"가 나온 게 1899년이다. 그러나 구시대적이기에 듣기엔 아주 좋다. 19세기 유럽의 피아노 협주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겁게 들을 수 있지 싶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없지 않다. 다만 4악장 정도 가면.. 2023. 12. 17.
Titanic, "Anónima" 아래와 같은 음악과 만나게 될 때면 아직까지도 새로운 음악을 찾아 헤매는 보람이 있다고 느낀다. 사실 난 많은 경우 들을 음악이 더 이상 없다고 느끼는 편이다. 미식가들은 맛에 있어서 '하방 경직성'을 느낀다고 한다. 맛있는 것을 먹다보면 다시 맛없는 것은 먹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난 음식에 있어 전혀 까다롭지 않다. 미식가들이 보면 무식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음악에 대해서는 까다롭다. 듣고 '맛 없으면' 금방 꺼버린다. 신체에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지 못하는 음악을 듣고 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것보다야 오히려 침묵이 더 멋지다고 느낀다. 각설하고, 아래는 멕시코 출신 첼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Mabe Fratti의 곡이다. 스페인어를 알지 못하는 관계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른다. 마브 .. 2023.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