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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e Branch, [Fly or Die]

by spiral 2023. 9. 30.

여전히 욱신거린다. 대상포진 후유증이다. 연휴를 맞아 매일 9시간 넘게 잔다. 잠이 안와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쉬기 위해서다. 난 한번 일어나면 휴일이라고 해도 밤이 오기 전에는 거의 다시 눕지 않는다. 물론 의자에 앉아 잠깐 자는 경우는 왕왕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종종 과로의 느낌에  빠져든다. 그래서 쉬려면 아예 잠자리에서 나오지 말아야한다.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다. 피부에 나타나는 포진은 증상일 뿐이고 실제로는 바이러스가 신경 계통을 파먹는 병이기 때문이다. 상처 부위가 건드려지면 깊은 곳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쉴 땐 음악을 들어야한다. 제이미 브랜치는 미국의 트럼펫 연주자다. 1983년생이다. 상당히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들려준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은 아니다. 종종 자신이 직접 쓴 가사가 있는 곡을 부르기도 하는데 들어보면 내면이 긴장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생활 속에서 만나면 유쾌한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은 훌륭하다. 그러나 브랜치는 안타깝게도 작년에 약물로 죽었다.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삶은 그들의 음악을 닮아있다. 아래 앨범 제목에서부터 브랜치가 어떤 삶을 추구했는지가 드러난다: 날거나 죽거나.

40살이 넘어서도 살아있는 음악을 하려면 기존에 이룬 삶을 포기해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늘 하던 음악을 편안하게 계속하게 될 뿐이다. 음악 뿐이겠는가, 모든 분야가 그렇다. 이미 나만해도 사고방식에 있어서 관성을 느낀다. 내 세계가 명확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시에 매너리즘의 함정이 기다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꼰대 같은 기성세대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나이가 들어서도 꼰대가 되지 않으려 할 때 사회적, 생물학적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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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 or Di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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