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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ance, "Silk Shirt"

by spiral 2023. 8. 5.

위댄스의 음악을 들을 때면 21세기에도 음악이 아직 순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사실 이들의 음악 자체가 오래동안 옷장 한 구석에 묻혀있었던 아빠의 화려한 실크 보물 셔츠 같다. 세상에 중심에 있지 않은, 길에서 처음 만난 '옆자리 아주머니'만이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보물 말이다. 유행이 지나 버려진 과거의 파편, 패셔너블한 세상의 사람들이라면 무시할 옛것에 불과한 것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위댄스가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듣고 있으면 '감정'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빌보드 차트를 누빈다는 K-팝 곡에 없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감정'일 것이다. 위댄스의 "그저 하고 싶다는"을 다시 떠올려보자. 개인적으로 근래 한국에서 나온 곡 중에서 가장 훌륭한 곡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3년 전에 나온 해당 곡은 놀랍게도 유튜브에서 4천6백 뷰 밖에 찍지 못했다. 오늘날 가장 순수한 의미의 음악적 비전이 하나 있다면 다음과 같은 것일 테다: 위댄스의 "그저 하고 싶다는"과 같은 곡이 빌보드 정상을 찍어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해당 곡을 듣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건 마치 루이비통 셔츠가 아니라 '장롱에 잠들어 있었던 아빠의 보물 실크 셔츠'가 세계에서 가장 멋진 옷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깨닫게 되는 순간과 같을 것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열망'은 품어야한다. 위댄스의 음악은 거대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 난 이들이 단순히 소박한 음악을 하는 음악가라 여기지 않는다. 가장 순수한, 가장 비타협적인 방식으로 주어진 세계와 완전히 다른 세계를 꿈꾸는 자만이 아래와 같은 음악을 할 수 있다. 내가 위댄스를 좋아하는 것은 바로 그 순진무구한 비타협성 때문이다. 겉보기에 어리숙해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뒤에는 가장 순순한 음악적 비전이 있다. 아래 음악을 들으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위댄스와 동일한 영혼을 지닌 자라 할 수 있다. 우연히 이곳에까지 와서 이 곡을 클릭하게 된 당신이 그렇게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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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셔츠]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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