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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니어스: 새로운 소년과 낡은 소년 정서적으로 아래 보이지니어스의 "20 달러"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는 스매싱 펌킨스의 "1979" 뮤직비디오와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차이는 1995년까지만 해도 10대의 남자아이들이 하던 것을 아래 비디오에서는 10대 여자아이들이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뮤직비디오의 초입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른바 선머슴 같은 외모 및 움직임을 보라. 언뜻 보면 그냥 남자 아이 같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다. 여자 아이들 셋이 모여 차의 보닛을 열고 정비하는 모습은 또 어떠한가? 이른바 '여성스러움'이라고는 없는 모습이다. 전통적 젠더의 관점에서 '정상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뮤직비디오는 활기에 차있다. '스피릿'이 느껴지는 곡이다. 20대 중후반의 여성 신체를 지닌 3명으로 이루어진 보이지니어스는.. 2023. 4. 20.
Wednesday, [Rat Saw God] 록음악을 들으려할 때는 젊은 친구들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을 찾는다. (난 1990년대 록밴드들을 좋아하지만 그들이 나이들어 최근 만들어내는 음악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들어보면 별로 감흥이 없다. 중년이 만들어내는 록음악보다 김빠진 맥주 같은 음악도 없다.) 록은 20대의 음악이라 믿기 때문이다. 20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정서가 있다. 록은 그걸 잡아낸다. 그 특유의 진흙 속에서 밝게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될 때 환희를 느낀다. 아래 앨범에는 그 순간이 포착되어 있다. (물론 모든 곡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20대의 정서는 거칠다. 함께 하기에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20대의 내 자신을 돌아보건대 그 시절 나를 참고 함께 해준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뿐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 2023. 4. 13.
B. Fleischmann, "Im Atelier" "In the Studio" (Im Atelier) by B. Fleischmann. At the end of it, it says, "This video is a memory" (Dieses Video ist eine Erinnerung). The images projected onto the wall of the studio is presumably the musician's childhood memories. Note that, in the video, he seems to be working on music which is likely to be what we hear in the video. Which means, his music is itself a projection of his inner.. 2023. 4. 6.
Extreme, "Rise" 익스트림이 얼마전 새로운 곡을 발표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난 익스트림 팬이 아니다. 그저 노래 몇 개 아는 정도다. 1980년대식 메탈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아래 영상이 보여주는 게리의 보컬 스타일 및 그의 무대 공연 스타일을 보며 별로 멋지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아래 영상이 메탈 음악의 온갖 정수를 다 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맨살에 가죽 자켓 하나 걸친 의상부터 마이크 스탠드 휘두르는 방식, 기타 치며 발차기 해대는 방식, 보컬과 리드 기타 둘이 사이 좋게 마이크 하나 나눠쓰며 노래 부르는 클리세까지 온갖 옛것들이 다 모여있다. "그들이 널 찢어버릴 거야"라는 대목에서 두 손을 좌우로 벌리며 찢어버리는 동작을 취하는 게리의 동작이란 얼마나 메탈적으로 드.. 2023. 3. 23.
Model/Actriz, [Dogsbody] 미국 인디 음악가들은 종종 아주 훌륭하게 '똘끼'가 충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래 모델/엑트리즈의 음악이 한 예다. 단순히 새로운 음악을 두고 '똘끼'가 있다고 하진 않는다. 새로운 동시에 음악이 전적으로 내면으로부터 나와야 '똘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기대에 대한 시선이 거두어진 음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음악이 형식에 있어 실험적이 되려면 사회적 형식을 무시할 수 있어야한다. 멜로디나 후렴구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부를 노래는 이미 직관적 형식을 지니고 있다. 형식 실험의 요점은 결과적으로 반사회성에 있다. 록음악을 생각해보자. 록은 창법에 있어 그로울링 등을 통해 분노를 표함으로써 반사회성을 표한다. 그러나 실험적 음악은 딱히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반사회성을 .. 2023. 3. 16.
왑띠, "시체" 2021년에 요즘 젊은 친구가 쓴 곡이지만 친숙한 정서다. '올드스쿨'이다. 리드 기타를 보라. 헤비메탈 좋아하는 친구들이 사용할 법한 모델을 사용하고 있고 기타치는 자세도 메탈스럽다. 20년 전 나온 곡이라 해도 믿을 수 있다. 20년 전 내가 곡을 하나 썼다면 이와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말해보고 싶다. 예컨대, 가사는 냉소적인데 비해 곡의 멜로디는 따뜻하다. 도입부의 기타 멜로디에 맞춰 학예회 율동을 행하는 팀원들을 보라. 개체로 나뉘어지지 않은 동화적-이상적 세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가사는 지극히 비타협적이다. 제목부터 "시체"다. 여기서 시체는 인간 세계에 속해 있으나 인간의 지위를 얻지 못한 채 소멸해가는 자들의 신체를 묘사하는 단어다. 록음악이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는 바탕에는.. 2023. 3. 9.
패닉, 혹은,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근래 이적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20대에 했던 음악은 기억한다. 패닉의 1996년작 [밑]이 한 예다. [밑]이란 앨범에 그는 그가 가진 모든 재주를 다 쏟아부었다. 그 시절 그는 세상과 긴장 관계에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아래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라는 곡이 들려주듯 그는 알레고리를 통해 사회 내 모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자였다. 광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다. 예컨대, 그는 외줄 위에서 춤을 추며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겉으로는 늘 웃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언제 줄 위에서 떨어질지 모른다. 사람들이 그에게 등을 돌릴 때 그의 인생은 끝이다. 인생은 줄타기와 같다. 한 순간 화려한 춤사위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바로 그 관심에.. 2023. 3. 2.
파란노을, "스케치북" 새벽 6시에 배송을 해줄 수 있다길래 홀푸드에 식료품을 시켰더니만 주문한 소고기 대신 사슴고기가 왔다. 홀푸드 내 푸줏간 주인이 출근을 안했던 것이 분명하다. 사슴고기가 공장에서 포장해서 나온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푸줏간 주인이 새벽 5시에 출근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속은 거다. 당직 근무 개념으로 출근하는 말단 직원 몇명 시켜서 매장 내에 전문가의 손길을 요하지 않는 품목들을 주섬주섬 주어다가 보내주는 정도의 서비스를 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스콘도 시켰는데 베이커리 제품이 없었는지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한 스콘 닮은 과자를 한통 보내왔다. 어이없다. 다시는 이 시간에 시키지 않으려 한다. 서비스 요금만 10달러를 받으면서 이따위로 일을 한다니 참을 수 없다. 그나저나 사슴고기라니 평생 먹어본 적.. 2023. 2. 16.
파란노을: 록음악이라는 "시대착오적 꿈" 파란노을은 한국의 록음악가다. 2001년생으로 알려졌다. 파란노을은 한국 청중 사이에서 크게 알려져있지 않다. 오히려 밴드캠프에 올린 곡이 영미권 청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며 알려진 케이스다. 이 과정에서 피치포크의 리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에 있는 앨범이 2021년작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이다.* 모든 소리를 포스트록 정서로 다 찌그러뜨려버린 결과 오늘날 보기 힘든 스타일을 창출해내고 있다. 첫곡 "아름다운 세상"은 야심적이기까지하다. 곡을 진행하는 방식 및 기타로 특정 분위기를 창출하는 감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기존 포스트록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푸른노을의 경우 포스트록 특유의 심미적 요소가 누메탈이나 펑크록 스타일로 넘어가는 측면을 지니고.. 2023.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