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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p Bizkit, Paraguay 2024 종종 싸구려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군것질거리로. 예컨대, 한국식 커피믹스는 매력적인 마실거리다. 종종 난 맥심도 아니고 맥스웰하우스 커피믹스를 마신다. 맥심보다 더 싸구려 맛을 보여준다. 그러나 의외로 찾게 된다. 싸구려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이외에는 다른 게 없다. 종종 싸구려 음악이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찾아들을 만한 것 중의 하나는 림프비즈킷이다. 프레드 더스트의 진행은 미국식 싸구려 토크쇼를 보는 것 같다. 근데 그게 이상한 맛이 있다. 웨스 볼랜드의 기괴한 복장과 화장은 종종 구역질이 나지만 계속 눈길이 간다. 서커스 집단 같다. 저질스러운 작자들이다. 그러나 그래서 기이한 매력을 발한다. 2024. 4. 27.
전설의 고향: 느티고개 1978년 2월 7일 방송분이다. 지금 보기에 생소한 연출을 보여준다. 영상이 아니라 대사와 연기에 의지해서 감정을 이끌어낸다. 연극 무대에서 벌이는 연기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표정 및 몸짓 연기가 과장되어있다. 말하자면 표정과 몸짓이 이 시절의 '비주얼' 요소였던 셈이다. 대사 전달 또한 연극적이다. 그러한 이유로 사실 영상 없이 소리만 들어도 작품을 즐기는 것이 가능한 지경이다. 라디오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이다. 근래의 '스펙터클'에 의지한 연출법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료다. 연출에 있어 지금 보기에 의외로 참신한 면이 있다. 아래와 같은 연출을 오늘날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린다면 의외로 독특한 작품 연출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 2024. 4. 19.
Four Tet, "Daydream Repeat" 야권이 이기는 건 기정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기느냐다. 이순신 장군은 이미 패배하여 도망가는 왜구를 끝까지 쫓아가 완전히 끝장을 보고자했다. 일견 불필요한 행동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상대 입장에 공포심이 들 정도로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으면 다시 또 똑같은 짓을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난 그가 옳았다고 본다. 완전히 몰아쳐서 야권이 200석 이상으로 이기는 것만이 의미가 있다.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들지 못하면 똑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 -- Three (2024) 2024. 4. 10.
Nine Inch Nails, "Hurt"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란 것에 투표를 한 것이. 속된 말로 해보자면, '역대급 빌런'에 대한 '시적 정의'를 구현하는 선거 정도되지 싶다. 영화의 언어로 하자면, 빌런 대 히어로의 대결에 기반한 장르물에 가깝다. 구도의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단순 무식한 장르물이 필요하다. 사실 오늘날과 같이 고도로 발전한 사회에서 웬만한 빌런이 등장하지 않고서 그러한 구도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게 이번 선거의 놀라운 점이다. 지난 2년 동안 너무도 무식하고 무도한 악당이 등장해서 선량한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런 자에 대한 대처는 마찬가지로 아주 단순해야한다. '응징'이라는 고대적 영웅서사시의 언어 정도면 족하다. (세상에 '응징'이라니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낯선 언어다.) 히어로 장.. 2024. 4. 5.
PrincEss, [PrincEss] 20대에는 늦은 시간에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걸 느꼈다. 새벽에 쓴 글을 아침에 일어나서 읽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현상이 없어졌다. 생각이 단련되어서 사람이 좀 차분해진 건가 싶었다. 그런 면도 있을리라 본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새벽에 감수성이 더 이상 예민해지지 않는 건 멜라토닌의 양이 줄어서 생기는 일이다. 멜라토닌은 10대 시절 정점을 찍고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린다. 40대만 되어도 최고치를 찍을 때의 1/10 수준으로 떨어진다. 새벽에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건 잘 시간에 멜라토닌 분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럴 땐 자야 마땅하다. 그러나 자지 않고 버티면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낮이라도 해도 비가 오거나 해.. 2024. 3. 27.
죠지, 방송반 라이브 죠지의 음악을 들은지 벌써 5년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무튼, 죠지의 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공연 영상이다. 작년에 찍은 것 같다. -- 2024. 3. 16.
Helado Negro, "I Just Want to Wake Up with You" 마음 깊은 곳에는 우울이 있다. 누가 인간을 '미래에 중독된 종'이라 했던가. 미래를 투사하는 일은 희망과 동시에 우울을 낳는다. 우울하다는 것은 당신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며 사는 지적인 동물이라는 뜻과 같다. 그것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특권이자 동시에 두려움이다. 현재라 불리는 물리적 현실에 묶이는 일은 끔찍한 일이다. 그건 우울이 두려워서 영혼을 소거하겠다는 뜻과 같다. 기억을 지우고, 미래를 거두는 일은 생명 없는 물질이 되겠다는 뜻이다. 우울은 소거될 수 없다. 다만 다른 형태로 변환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우울을 다루는 한 가지 방법은 음악을 듣는 것이다. 음악은 항우울제와 같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음악은 실제로 생리학적 변화를 일으킨다. 소리라는 물리적 신호로 뇌의 흐름을.. 2024. 3. 8.
Astrid Sonne, "Give My All" 최근 톰 요크(Thom Yorke)가 눈의 벽(Wall of Eyes)이라는 이름의 밴드로 앨범을 하나 냈다. 문제는 그의 목소리다. 최근 10년 사이 난 그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모든 음악적 매력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라디오헤드든 월오브아이즈이든 동일하다. 모기 소리를 듣는 것 같이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톰에게는 문제가 없다. 내 뇌와 신경계가 그의 목소리를 해독하는 방식이 문제다. 그러나 내 신경계가 그의 목소리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이상 내 신경계와 그의 목소리는 공존할 수 없다. 라디오헤드의 경우를 예로 들면, 사실 1990년대 데뷔한 밴드 중에서 드물게 아직까지도 음악적 참신성을 유지하는 밴드라고 여긴다. 그러나 톰 요크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많은 경우 듣고 싶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내게.. 2024. 1. 31.
Snarky Puppy, "Lingus" 관악기 소리를 크게 좋아하지 않지만 들을 만하다. 후반부 드럼의 도움만 받은 채 진행되는 키보드의 솔로 플레이는 확실히 인상적이다. -- We Like It Here (2014) 2024.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