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01 The Dismemberment Plan, [Change] 사실 완성도로 치자면 이 앨범이 전작, Emergency & I보다 훌륭하다. -- Change (2001) 2019. 10. 29. The Dismemberment Plan, [Emergency and I] 내 기억에 인디 록이 하나의 씬으로서 주목할 만한 모습을 보여준 시기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이다. 1990년대 얼트 록이 열어놓은 록 음악의 가능성 위에서 독립적이고 실험적이면서도 그 어떤 주류 록 음악보다도 더 매력적인 스타일과 귀를 잡아채는 힘을 지닌 앨범들이 많이 나온 시기다. 이미 오래전부터 활동해온 욜라탱고(Yo La Tengo)나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 (Guided by Voices) 그리고 플래이밍 립스 (The Flaming Lips)는 말할 것도 없고, 마이크로폰즈 (The Microphones), 브로큰소셜씬 (Broken Social Scene), 멈 (Múm), 북스 (the Books), 노트위스트 (The Notwist), 시규어로스 (Sigur Rós), .. 2019. 10. 27. 김종서, "해체를 위하여" 이 앨범의 제목이 'Pisces'인줄 이제야 알았다. 항상 그냥 '김종서 3집'이라고 생각했던 앨범이다. 1994년경에 이미 듣기 좋은 곡이 많이 실린 앨범이란 생각은 했더랬다. 지금 다시 들어보니 김종서가 당시 '웰메이드 곡'을 만드는 데 상당한 재주가 있었던 듯 싶다. 2집에 실린 대부분의 곡도 대부분 듣기 좋았더랬는데, 3집인 이 앨범에 오면 솜씨가 무르익은 모습이다. 아래 "해체를 위하여"를 곡을 듣고 있으면 곡의 세부 멜로디를 새겨 넣는 데 있어서 어딘지 오묘한 느낌까지 창출해내는 모습이다. 앨범 전반에 있어서 메인 프레이즈 사이를 오갈 때난 세부 효과음에 있어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보인다. 동시에 전문 작사가를 기용해가며 가사에도 신경을 쓰기도 한 결과 여러 독특한 느낌을 창출해내는 데 성.. 2019. 8. 15. 사라진 '사랑 노래': 육체의 시대 혹은 내면의 상실 1990년대 초반 나온 곡들의 특징 중 하나는 보는 곡이 아니라 듣는 곡이라는 데 있다. 그리고 듣는 곡의 특징은 감정을 전달한다는 데 있다. 여기서 감정은 노래하는 자아를 전제로 한다. 즉, 노래의 뒤에는 전기(biography)를 지닌 한 인간의 삶이 있다. '사랑 노래'라 불리는 것이 좋은 예다. 사랑이라는 경험보다 한 인간의 영혼이 겪어내는 부침을 잘 포착해내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대중 음악에서 사라진 것의 하나가 '사랑 노래'가 전달하고자 했던 특유의 감정이라고 말해볼 수 있다. 사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중가요는 곧 '사랑 노래'와 같았다. 신승훈과 같은 가수가 들려준 발라드 양식을 떠올려보라. 발라드는 곧 '사랑 노래'를 담아내는 형식에 다름 아니었다. .. 2019. 7. 31. 시티팝과 힙합: 중산층의 '도덕성'과 하위문화 최근 불어닥친 '시티팝' 열풍(?)은 주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련된 과거의 재발굴'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빠진 것이 있다. '시티팝 열풍'에 섹스 어필 댄스로 무장한 아이돌 음악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심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티팝'은 춤을 추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춤을 추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는, 듣는 음악의 귀환을 의미한다. 혹은, '랩'이 아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의 귀환을 의미한다. 그리고, 샘플링된 전자 음악이 아니라 실제 악기 연주로 이루어진 '생음악'의 귀환을 의미한다. 이제 '시티팝' 열풍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해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티비 속에서 흔들리는 골반을 바라보는 것도 이젠 지쳤다.' 물론, 여기에는 .. 2019. 7. 3. Cosmic Boy, "Can I Love?" (Feat. 유라) 최근 오른쪽 속목에 통증이 생겼다. 생각해보니 매일 같이 10 시간 가까이 키보드 타이핑을 거의 1년을 연속적으로 해온 것 같다. 책상 앞에서, 보다 정확히는, 책과 노트북 컴퓨터 앞에서, 매일 최소 10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숙명이자 의무이지 않은가? 예컨대, 무엇인가를 읽는다는 것은 그로부터 얻은 내 생각을 기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하루 종일 읽고 키보드로 기록하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단순히 고통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각을 하는 것보다 더 큰 삶의 즐거움도 없기 때문이다. [생각을 창출해내는 방식으로 책을 읽다 보면 하루에 20-30 페이지 이상 읽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워렌 버핏인가 하는 사람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는 매일 500페.. 2019. 7. 1. 죠지: 잘 노는 힙한 혹은 까진 아이들의 몰락 이후 2019년에 불어닥친 'YG의 몰락'에 상응하는, 즉, 그들이 대변해온 낡아빠진 '잘 노는 까진 아이들'의 음악을 대체하는, 새로운 음악적 결과물을 찾으려 한다면 어떤 음악을 예로 들어볼 수 있을까? 아마도 아래 링크된 것과 같은 곡을 제시해볼 수 있지 싶다. 죠지란 가수의 "바라봐줘요"라는 곡이다. 요점은 아래 곡이 1990년대 '착한 정서'의 재림과 같이 느껴진다는 데 있다. 1993-4년 경으로 돌아가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혹은, 근래 유튜브에서 유행한 '1980-90년대 시티팝'이라는 트렌드가 동시대 대중 가요로 거꾸로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래 곡의 뮤직비디오 내 장면 설정을 보라. 대부분의 장면이 도시적 풍경을 담는 데 할애되어 있다. 사람이라.. 2019. 6. 29. 죠지, 온스테이지 (2018년 12월) 2019년을 살아가는 한국의, 평범한 배경의, 그러나 재능있는, 20대가 어떤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죠지'를 들어보면 된다. 듣고 있으면 동시대 20대가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의 최전선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입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1980-90년대가 작금의 20대에게서 재해석되는 방식이다. 무대의 배경 이미지를 보라. '시티팝'의 상징과도 같은 1990년대 애니메이션 그림체를 보여준다. 사실 요근래 유튜브상에서 나타난 '시티팝' 유행은 이미 한물간 30-40대가 과거를 추억하는 과정에서 발굴한 과거의 한 사소한 사례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동일한 것이 20대에게는 새로움의 원천이었다는 점이 요점이다. 사실이 그렇다. '시티팝'을 서랍장에서 다시 꺼내 듣게 되었을 때 그건 사실 30-40.. 2019. 6. 28. 죠지, "오랜만에" 원곡은 김현철의 것이다. -- [오랜만에] (2018) 2019. 6. 27.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