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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othrix Point Never, "Lifeworld" 사실 근래 난 새로운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다. 그래도 그 척박한 와중에 '올해의 앨범'이라고 불러봄직한 것들은 늘 나온다. 아래 앨범이 한 예다. 작년 11월에 나왔다. 앨범 전체가 다 들을 만하다: https://oneohtrixpointnever.bandcamp.com/album/tranquilizer 음악에 사람이 등장해야한다고 여기는 경우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꾸로 인간의 흔적이 사라진 세계를 꿈꾼다면 만족할 것이다.--Tranquilizer (2025) 2026. 3. 2.
현대미술관, 도서관, 그리고 음악 조금 의외의 말 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곳에 가서 작품을 실제로 느끼고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집에 앉아서 사진이나 영상, 그리고 관련 자료를 찾아 보는 것이 미술관에 전시된 현대 작품을 느끼기에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서서 움직여가며 작품을 보기에는 신체가 힘들다. 피곤해서 집중을 하기 어렵다. 몸이 편해야 정신이 작동을 하는 법이다. 그러나 미술관 내에서 그러한 여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영상 작품의 경우 의자가 준비되는 경우도 있지만 나머지 작품은 전부 서서 봐야한다. 간이 의자를 들고 다니며 작품 앞에 앉아서 보고 싶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변의 관람객도 문제다. 시야를 가리고 동.. 2026. 2. 17.
Beethoven, "Piano Sonata No. 32, Arietta"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 마지막 악장이다. 일반적으로 말년에 씌어진 곡들은 느낌이 다르다. 평온함이 있고, 구애됨이 없다. 아래 마우리지오 폴리니의 연주 또한 말년의 연주다. 2024년에 8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81세에 연주한 영상이다. 길에서 만났다면 관심도 주지 않고 지나쳤을 외모를 한 노인의 모습에 불과하다. 그러나 노구의 손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아름답다. 음악은 생명의 표현이다. 죽어가던 육신에 생명을 불어넣는다.--Maurizio Pollini, piano 2026. 2. 1.
음반학: 새로운 과거와 지겨운 현재 때때로 새로운 곡을 듣기 위해서는 과거로 되돌아가야한다. 미래의 씨앗은 종종 과거 속에서 발견된다. 아래 곡은 55년 전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웬만한 요즘 곡보다 새롭게 들린다. 음반의 시대가 도래하여 좋은 점은 언제든 지겨운 현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음반이 가져다준 한 가지 축복은 구태여 동시대 속에서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동시대 차트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듣던 좋아하던 알게 뭐란 말인가.사실 사고의 영역에서 동일한 축복은 이미 5천 년 전에 일어났다. 문자가 그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문자 기록물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중세 말에서 르네상스에 이르는 시기까지 기다려야하기는 했다. 인쇄술이 보편화되어야 만들어진 문자 기록물이 널리 퍼질 수 있게 .. 2026. 1. 24.
Jimi Hendrix, "Machine Gun" 지미 핸드릭스는 일렉트릭 기타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뽑아낸 음악가와 같다. 물론 핸드릭스 이전에 기타를 가지고 이런 소리를 낸 사람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있긴 있다. 핸드릭스의 기타가 들려주는 특징을 요소별로 구분을 해보면 핸드릭스가 이 모든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예컨대, 블루지한 기타 솔로는 티-본 워커나 엘모어 제임스와 같은 음악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리듬을 강조하는 기타 연주는 척 베리나 보 디들리의 영향이 기본적으로 있다고 봐야한다. 하드록의 뿌리인 시카고 일렉트릭 블루즈 계열의 기타리스트들의 영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50년대 후반 링크 레이(Link Wray)의 "Rumble" 같은 곡이 지닌, 디스토션 걸린, 퍼지한 사운드의 파워 코드 전개 기반 기타 곡.. 2026. 1. 17.
RATM, "The Ghost of Tom Joad" 1990년대 말 음악 전문 케이블 티비에서 이 영상이 반복적으로 방영되던 당시 한국에서 이 곡의 정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사실 이 곡은 1995년 발표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곡을 커버한 것이다. (커버라고 하기에는 가사 빼고 남겨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다소 어폐가 있기는 하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곡은 1939년에 발표된 존 스타인벡의 소설 의 주인공 톰 조드의 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이다.톰 조드의 이야기를 가지고 곡을 쓴 것이 사실 스프링스틴이 처음은 아니었다. 밥 딜런에게 큰 영향을 미친 우디 거스리가 1940년대 초에 "톰 조드"라는 제목의 곡을 쓴 적이 있다. 스프링스틴의 곡은 바로 이 거스리의 포크 전통을 잇는다. 레이지어겐스트머신이 스프링스틴을 따라 "톰 조드의 유령"이라는 곡을 부.. 2026. 1. 8.
Robert Glasper, "I Don't Even Care" 생각해보니 2007년 경부터 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장교로 입대하기 위한 시험 때문에 체력 관리 차원에서 시작했던 일이다. 군시절에는 귀찮아서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만큼만 했던 것 같고, 전역 후로는 1주일에 3-4번 정도는 뛰었던 것 같다. 지금은 뛰는 주기가 학기 스케줄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학기는 일주일에 3-4번 정도 뛰었던 것 같다. 한번에 30분 정도 뛴다. 5Km 정도 뛰는 것 같다. 방학 때는 비나 눈이 오지 않으면서 기온이 0도 이상이면 거의 매일 뛴다.2007년 경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질적으로 많이 낙후된 느낌을 받는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뛰고 싶다고 느낀다. 심지어 장애물 달리기를 하는 느낌이다. 뛰는 게 유행처럼 번져서 '러닝 크루'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2026. 1. 1.
<피지컬>: 폭력과 스포츠 사이에서 넷플릭스의 시리즈를 최근 시즌부터 옛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봤다. 힘센 자들이 몸 자랑하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지금까지 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의외로 가장 최근작이자 시즌3인 는 상당히 건전했다. 완성도도 높았다. 최고의 신체를 지닌 자들이 내보이는 능력은 그 자체로 스펙터클했다. 동시에 그들이 한계에 이르며 조바심내는 모습은 동정심마저 일으켰다. 보는 사람 입장에 공감이 작동했다.반면 시즌2는 시즌3와 느낌이 다르다. 시즌3는 처음부터 팀 대결에 기초한 덕분에 팀원들 사이에 유대, 배려, 존경이 배경에 있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작동하는 곳에 상스러움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시즌2는 달랐다. 시즌2는 개인의 생존을 걸고 벌이는, 2010년대 초부터 유행하.. 2025. 12. 22.
Greafer, "Letting Go" 언어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그곳엔 대신 소리가 있을 거다. 말이란 건 말이 없는 자에게 폭력적으로 가해지는 온갖 헛소리, 넌센스와 같다. 그러다 넌센스를 넌센스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 때문에 어느 순간 화라는 감정이 치밀어오르게 될 때가 있다. 언어가 없는 자에게는 바로 그 화가 언어를 창출해는 원동력이 된다. 언어를 태워버리는 언어가 나오게 된다. 때때로 난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고 느낀다. 언어의 세계에서 비언어의 세계로. 20대에는 매일 같이 언어 대신 소리와 함께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언어가 떠나 비게 된 자리가 아무 소리도 없이 홀로 남겨져 있다. 곤경이다. 이 빈 곳을 기성의 언어로 채우는 일은 내게 거짓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러한 일을 하도록 종용받고 있다. 담론의 세계는 증오스럽.. 2025.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