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71

탄핵과 융합 평소라면 융합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이 서로 만나고 있다. 한 예로, 탄핵집회에서 K-팝이 불리워지고 있다. 여기서 던질 질문은 다음과 같다: 탄핵은 그저 '정치적 이슈'인가? K-팝은 다만 문화와 산업의 문제일 뿐인가? 누군가는 아직도 탄핵 이야기는 서로에게 분란을 가져올 뿐인 한낱 정치 이슈이니 서로 언급하지 말자고 할 것이다. 평소라면 그 말에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서로 간에 웬만하면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민주적 질서와 제도가 운영되는 한에서 나눌 수 있는 조건부 지혜일 뿐이다.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티비에서 패널들이 나와 떠드는 한낱 정치 이슈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민주적 국가 자체의 존립이 위기에 빠져 모든 것.. 2024. 12. 8.
지드래곤의 추억 최근 발표된 지드래곤의 신곡을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근래의 케이팝 아이돌의 음악과 달리, 지드래곤까지는 내 감수성이 허용한다는 사실이다. 지드래곤의 음악이 근래 나오는 음악보다 더 훌륭해서 그런 것인지까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그보다는 그의 음악까지는 상대적으로 어린 시절인 20대 후반에 접한 바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지디는 이미 오래된 음악가다. "홈스위트홈"이라는 신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 옛날 빅뱅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훌륭한 후크송 후렴구를 지니고 있다. 이런 구성이 정점에 이르렀던 것이 2010년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시절 가장 영향력 있었던 음악가가 빅뱅이다. 이번 지디의 신곡은 그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또.. 2024. 11. 29.
미토콘드리아가 당신의 영혼이다 아래 영상 속 토마스 사이프리드는 보스턴칼리지의 생물학과 교수다. 그에 따르면 암은 유전학적 질병이 아니라 대사질환이다. 흔히 암은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서 세포를 원래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라고 한다. 기존의 이론은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사전에 암이 발생할 확률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그에 따라 필요하다면 암이 발생하기 전에 발생 가능성이 있는 기관을 제거해서 생명을 구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사이프리드는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는다. 암은 유전적 질병이 아니라 대사질환이라는 것이다.대사는 생리학적 에너지 생산 기제를 뜻한다.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은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라의 놀라움은 산소 호흡을 하여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데 있.. 2024. 11. 23.
짭짤한 자아 근래 난 자연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사고는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여긴다. 물질에 기반하지 않은 것은 상상의 산물이다. 여기서 인문학은 대체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식을 택할 수 있다: 1) 상상을 정당화하는 학문, 2) 상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학문. 첫번째의 경우 인문학은 신화 혹은 순진한 의미의 신학과 동일한 것이 된다. 그러나 두번째의 경우 인문학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혹은 이데올로기의 작동방식에 대한 분석을 문화론의 형태로 다루게 된다. 첫번째의 경우 인문학에는 전혀 승산이 없다. 신화가 될 때 인문학은 미신으로 전락할 것이다. 두번째의 경우 인문학은 정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스스로 정당성을 획득하지는 못한다. 주어진 허구가 작동하.. 2024. 11. 16.
록음악과 글렌 굴드 혹은 바하 오랜만에 듣는 글렌 굴드의 연주다. 20년도 더 전에 굴드의 연주를 시디로 사서 들었더랬다. 물론 아직도 가지고 있다. 3-4종 가지고 있지 싶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들어간 후의 일이었는데 그 이전까지 난 주로 영미권 록 음악을 들었던 터였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에 록음악을 듣는 행위가 꼭 록음악이라는 특정 장르 자체에 국한된 일이라기보다는 음악 일반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표현되는 한 양상 정도로 여겨졌다는 데 있다. 1990년대에 록은 대중음악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팝과는 다른 것, 즉, 대중적이라기보다 예술적인 것의 대명사와 같이 여겨졌었다. 록을 듣는 행위는 '나는 음악을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이에요,' '나는 아무 음악이나 듣지 않아요'라는 뜻과 같았다. 대학에 들어간 후 .. 2024. 10. 26.
잡식동물 인간 흔히 인간은 잡식동물이라고들 한다. 인간이 뭘 먹는지 살펴보면 고기도 먹고 채소도 먹으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과대해석해서 인간이 마치 초식동물처럼 실제로 초식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인간은 초식을 못한다. 초식을 할 수 있으려면 여러개의 반추위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성능 좋은 맹장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전자의 경우 소가 대표적이고 후자의 경우 말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어떠한가? 인간은 반추위가 없다. 맹장은 있지만 흔적기관으로 퇴화했다. 이는 인간이 초식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여기서 초식을 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식동물이 초식을 한다는 의미는 식물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이나 당을 자신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초식을 .. 2024. 10. 3.
박문호 학파 내 생각에 박문호는 21세기 과학판 도올 선생과 같다. 사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강연하는 동양철학은 21세기의 언어로 다시 씌어져야한다. 2천 5백년전 철학이란 게 당대에는 최신 과학의 역할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치 그때 그 시절 이야기가 지금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자체로 통용되는 진리를 서술해준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애당초 철학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를 고려한다면 도올 김용옥의 강의를 들을 시간에 박문호의 자연과학 강의를 듣는 게 훨씬 더 취지에 부합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박문호 선생을 도올 박문호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사실 학계에 종사하지 않으며 대중을 상대로 자기만의 아카데미를 운영한다는 점, 상당한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 자신의 강의를 유튜브에 공개.. 2024. 9. 26.
논리학, 레토릭, 자연과학 학습의 어려움 때문에 자연과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데 단 한번도 진심인 적 없었던 사람들이 선택지가 없어서 인문학을 공부하게 될 때 그 결과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간단히 말하면 그들의 인문학은 전체 구도에 대한 이해 없이, 즉 어디서 레토릭이 나오게 된 것인지 그 기원은 알지 못한 채, 단순히 레토릭 안에 머물게 된다. 사실 레토릭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전체가 아니다. 레토릭은 언어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그러나 언어에는 레토릭만 있는 게 아니다. 언어는 레토릭 이전에 논리학이라는 체계를 지니고 있다. (다른 한편 언어 내에는 문법학이라는 부분도 있다.) 부분은 전체와의 관계를 잃게 될 때 단순히 제멋대로, 자의적으로, 날뛰게 된다. 이것이 레토릭이 지닌 문제다. 한낱 레토릭의 차원.. 2024. 8. 15.
유튜브는 언론이 아니라 생태계다 아래 영상은 기성언론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근래의 경향을 두고 문제점은 없는지, 기성언론은 무엇을 잘못했길래 신뢰를 잃은 것인지 등을 논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이런 의제를 토론한다는 게 내 입장에서는 의아하게 느껴진다. 기성언론은 사라져가는 공룡과 같은 존재다. 멸종해가는 종을 놓고 '어떻게 살릴 방법은 없는가?'라는 식의 관점에서 의제를 잡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시 말해, 멸종해가는 종의 입장을 전달하는 사람을 끼워넣는 설정 자체가 이 프로그램이 결국은 레거시 미디어가 기획한 것임을 보여준다. 프로그램 진행자 손석희가 레거시 미디어의 편에 선 마지막 권위자라는 사실이 결정적일 것이다. 사실 보다 생산적인 의제 설정은 '유튜브는 무엇이며, 우리는 유튜브가 행.. 2024.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