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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 "해체를 위하여"

by spiral 2019. 8. 15.

이 앨범의 제목이 'Pisces'인줄 이제야 알았다. 항상 그냥 '김종서 3집'이라고 생각했던 앨범이다. 1994년경에 이미 듣기 좋은 곡이 많이 실린 앨범이란 생각은 했더랬다. 지금 다시 들어보니 김종서가 당시 '웰메이드 곡'을 만드는 데 상당한 재주가 있었던 듯 싶다. 2집에 실린 대부분의 곡도 대부분 듣기 좋았더랬는데, 3집인 이 앨범에 오면 솜씨가 무르익은 모습이다. 아래 "해체를 위하여"를 곡을 듣고 있으면 곡의 세부 멜로디를 새겨 넣는 데 있어서 어딘지 오묘한 느낌까지 창출해내는 모습이다. 앨범 전반에 있어서 메인 프레이즈 사이를 오갈 때난 세부 효과음에 있어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보인다. 동시에 전문 작사가를 기용해가며 가사에도 신경을 쓰기도 한 결과 여러 독특한 느낌을 창출해내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1992년 "지금은 알 수 없어"에서 보여주었던 팝-록 넘버의 이상이 이 앨범에서 전부 구현된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든다. 반대로 이 앨범 이후 4집 "플라스틱 신드롬"이나 5집 "추락천사"에 오게 되면 바로 이 '웰메이드 곡'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거꾸로 전복되고 기존의 듣기 좋은 멜로디가 점차 살해당하여 이른바 '추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추락천사"라는 곡이 그러하다. 김종서의 랩으로 시작하는 곡의 도입부부터가 전복적이고 괴상하다. 곡의 제목부터가 타락한 천사 (fallen angel), 즉, 악마를 지시하고 있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물론 이는 의도적인 전복이다. 원래 '웰메이드 곡'이 완성에 이르면 그 다음에는 그것을 파괴하고 싶게 되는 법이다. (사실 난 10대 시절 "추락천사"란 곡이 멋지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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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ces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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