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01 Model/Actriz, [Dogsbody] 미국 인디 음악가들은 종종 아주 훌륭하게 '똘끼'가 충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래 모델/엑트리즈의 음악이 한 예다. 단순히 새로운 음악을 두고 '똘끼'가 있다고 하진 않는다. 새로운 동시에 음악이 전적으로 내면으로부터 나와야 '똘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기대에 대한 시선이 거두어진 음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음악이 형식에 있어 실험적이 되려면 사회적 형식을 무시할 수 있어야한다. 멜로디나 후렴구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부를 노래는 이미 직관적 형식을 지니고 있다. 형식 실험의 요점은 결과적으로 반사회성에 있다. 록음악을 생각해보자. 록은 창법에 있어 그로울링 등을 통해 분노를 표함으로써 반사회성을 표한다. 그러나 실험적 음악은 딱히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반사회성을 .. 2023. 3. 16. 왑띠, "시체" 2021년에 요즘 젊은 친구가 쓴 곡이지만 친숙한 정서다. '올드스쿨'이다. 리드 기타를 보라. 헤비메탈 좋아하는 친구들이 사용할 법한 모델을 사용하고 있고 기타치는 자세도 메탈스럽다. 20년 전 나온 곡이라 해도 믿을 수 있다. 20년 전 내가 곡을 하나 썼다면 이와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말해보고 싶다. 예컨대, 가사는 냉소적인데 비해 곡의 멜로디는 따뜻하다. 도입부의 기타 멜로디에 맞춰 학예회 율동을 행하는 팀원들을 보라. 개체로 나뉘어지지 않은 동화적-이상적 세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가사는 지극히 비타협적이다. 제목부터 "시체"다. 여기서 시체는 인간 세계에 속해 있으나 인간의 지위를 얻지 못한 채 소멸해가는 자들의 신체를 묘사하는 단어다. 록음악이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는 바탕에는.. 2023. 3. 9. 패닉, 혹은,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근래 이적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20대에 했던 음악은 기억한다. 패닉의 1996년작 [밑]이 한 예다. [밑]이란 앨범에 그는 그가 가진 모든 재주를 다 쏟아부었다. 그 시절 그는 세상과 긴장 관계에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아래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라는 곡이 들려주듯 그는 알레고리를 통해 사회 내 모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자였다. 광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다. 예컨대, 그는 외줄 위에서 춤을 추며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겉으로는 늘 웃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언제 줄 위에서 떨어질지 모른다. 사람들이 그에게 등을 돌릴 때 그의 인생은 끝이다. 인생은 줄타기와 같다. 한 순간 화려한 춤사위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바로 그 관심에.. 2023. 3. 2. 파란노을, "스케치북" 새벽 6시에 배송을 해줄 수 있다길래 홀푸드에 식료품을 시켰더니만 주문한 소고기 대신 사슴고기가 왔다. 홀푸드 내 푸줏간 주인이 출근을 안했던 것이 분명하다. 사슴고기가 공장에서 포장해서 나온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푸줏간 주인이 새벽 5시에 출근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속은 거다. 당직 근무 개념으로 출근하는 말단 직원 몇명 시켜서 매장 내에 전문가의 손길을 요하지 않는 품목들을 주섬주섬 주어다가 보내주는 정도의 서비스를 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스콘도 시켰는데 베이커리 제품이 없었는지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한 스콘 닮은 과자를 한통 보내왔다. 어이없다. 다시는 이 시간에 시키지 않으려 한다. 서비스 요금만 10달러를 받으면서 이따위로 일을 한다니 참을 수 없다. 그나저나 사슴고기라니 평생 먹어본 적.. 2023. 2. 16. 파란노을: 록음악이라는 "시대착오적 꿈" 파란노을은 한국의 록음악가다. 2001년생으로 알려졌다. 파란노을은 한국 청중 사이에서 크게 알려져있지 않다. 오히려 밴드캠프에 올린 곡이 영미권 청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며 알려진 케이스다. 이 과정에서 피치포크의 리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에 있는 앨범이 2021년작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이다.* 모든 소리를 포스트록 정서로 다 찌그러뜨려버린 결과 오늘날 보기 힘든 스타일을 창출해내고 있다. 첫곡 "아름다운 세상"은 야심적이기까지하다. 곡을 진행하는 방식 및 기타로 특정 분위기를 창출하는 감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기존 포스트록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푸른노을의 경우 포스트록 특유의 심미적 요소가 누메탈이나 펑크록 스타일로 넘어가는 측면을 지니고.. 2023. 2. 9. 뉴진스의 1990년대 뉴진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내 관심을 끄는 것은 "디토"라는 곡이다.* 일반인이 엉성하게 이 곡의 안무를 따라하는 쇼츠를 보게 된 후 알게 됐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이 쇼츠에서 따라하는 안무는 해당 곡이 '유행'이라는 뜻이다. 난 동시대 대중음악에 더 이상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내 신체가 즉각적으로 곡에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내 감수성이 갑자기 젊어졌기 때문일 수 없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는 편이 낫다. 곡이 옛 정서에 기반하고 있을 가능성 말이다. 뉴진스라는 친구들의 곡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검색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친숙하게도 1990년대에서 2000년대를 연상케 하는 장면으로 점철된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여러 영상이 있었다. 뮤직비디오 두 편, 퍼포.. 2023. 1. 25. Sam Prekop, "Spelling" 일반적으로 음악은 시간의 형식을 이룬다. 멜로디로 이루어진 주제와 시중종으로 이루어진 주제의 흐름이 시간의 흐름을 인지 가능한 형태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패턴은 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변화 및 발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시간은 직선적이다. 클래식 음악을 기준으로 말해보자면 19세기에 낭만주의의 형태로 완성에 이르게 되는 서양 음악은 진보하는 세계관의 산물이다. 이는 19세기 서양 문학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소설, 특히 빌둥스로만을 생각해보라. 빌둥스로만은 주인공의 내면이 객관 세계와 부딛치며 만들어내는 시간의 구조를 그 자신의 내러티브로서 제시한다. 여기서 주인공의 내면은 변화 및 발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바로 이 정신 세계의 변화가 E. M. 포스터가 말하는 '입체적 인물'(th.. 2023. 1. 11. BBS, "Mouth Guards of the Apocalypse" 난 캐나다라는 나라를 브로큰 소셜 씬이라는 밴드를 통해 기억한다. (동일한 방식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BTS를 통해 기억할 것이다.) 사실 난 캐나다라는 나라를 가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10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긴 하다. 그러나 갈 계획도 없고, 별로 가고 싶지도 않다. 캐나다 기업의 물건을 써본 기억도 없다. (다시 생각해보니 하나 있긴 하다. 캐나다구스. 코요테 털인가 뭔가가 얼굴에 닿는 느낌이 좋은 물건이다.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미국의 겨울을 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얼마 전에도 낮 최고 기온이 영하 20도에 머무는 추위가 한번 휩쓸고 지나갔더랬다. 물론 난 코요테 털을 얼굴에 두르고 밖에 나가지 않았다. 구스니 코요테니 하는 것들의 도움을 받는 것.. 2023. 1. 4. Dinah Washington x Max Richter, "This Bitter Earth" 다이너 워싱턴은 1963년에 죽었다. 그러나 2010년 막스 리히터의 "On the Nature of Daylight"에 목소리가 덧붙여지며 다시 살아났다. 마틴 스콜시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곡이다. [셔터 아일랜드]는 21세기 초반에 나온 작품이지만 19세기 초 낭만주의의 기운에 휩싸여있다. 영화 내에서 묘사되는 어느것 하나도 중립적 의미에서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게 없다. 카메라의 시선이 비추는 사물 하나하나, 인물 하나하나가 낭만적 주관의 심연에 맞닿아있다. 고립된 섬 내 정신병동, 그 와중에 폭풍이 몰려와 선편과 통신마저 끊기게 된 곳, 그 안의 자연과 인간 모두가, 한때 데카르트와 뉴턴에 의해 수학화되었던, 보편적 중력의 법칙에 갇혔던 것들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제.. 2022. 12. 28.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