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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ah Washington x Max Richter, "This Bitter Earth"

by spiral 2022. 12. 28.

다이너 워싱턴은 1963년에 죽었다. 그러나 2010년 막스 리히터의 "On the Nature of Daylight"에 목소리가 덧붙여지며 다시 살아났다. 마틴 스콜시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곡이다. [셔터 아일랜드]는 21세기 초반에 나온 작품이지만 19세기 초 낭만주의의 기운에 휩싸여있다. 영화 내에서 묘사되는 어느것 하나도 중립적 의미에서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게 없다. 카메라의 시선이 비추는 사물 하나하나, 인물 하나하나가 낭만적 주관의 심연에 맞닿아있다. 고립된 섬 내 정신병동, 그 와중에 폭풍이 몰려와 선편과 통신마저 끊기게 된 곳, 그 안의 자연과 인간 모두가, 한때 데카르트와 뉴턴에 의해 수학화되었던, 보편적 중력의 법칙에 갇혔던 것들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제3자의 위치에서 거리를 취하며 조사를 해야마땅한 파견 조사관은 이미 섬의 일부다. 그는 그 자신의 과거 속에서 섬을 살핀다. 그는 제3자를 수사하러 온 게 아니라 자신의 와이프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자를 찾기 위해 그곳에 있다. 객관적 수사의 영역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질이 진동하기 시작할 때 되돌아오는 것은 기억과 내면이다. 낭만주의 예술이 주관의 양식인 것은 단순히 세계가 근거도 없이 정신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주관은 신체가 내놓는, 상궤에서 벗어난 진동과 동요를 뜻한다. 프로이트는 죽음충동 속에서 인간의 자아는 비유기적 물질로 되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한다. 죽은 다이너 워싱턴의 목소리가 21세기의 선율을 통해 되돌아오는 것은 그 반대 방향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죽은 자의 신체는 음악적 선율의 형태로 다시 한번 자아의 형식, 즉, 목소리가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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