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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art, "PC N20, 2nd Mov" 정말 믿을 수 없는 날씨다. 4월 말까지도 최고 기온이 6-7도 밖에 되지 않더니 지난 일주일 동안은 33-5도의 무더위가 지속됐다. 이곳으로서 이 정도 날씨는 7월 말 가장 더울 때 1주일 정도 나타나는 것인데 무려 5월 중순도 되기 전에 찾아왔다. 얼마 전까지 지속되었던 추위 때문에 바깥 풍경은 아직 나무에 잎이 무성하게 자라지도 않은 모습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밤에도 열대야가 지속되어 잠을 잘 자지 못할 정도였다. 난 웬만한 더위에도 선풍기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는지 에어컨을 틀어버렸다. 더위에 대한 대처에 미온적인 내 입장에서는 큰 조치를 취한 셈이다. 학기말에는 기말고사다 채점이다 해서 신경이 쓰이는 일들이 많은데 더위까지 감당하기는 싫었.. 2022. 5. 15.
도서관, 책의 집, 책의 컴퓨터 공부하는 사람치고 자신의 집을 도서관으로 꾸미고자 하는 '로망'이 없는 사람은 없다. 아래 영상에서 보듯 정재승 또한 그 중 하나다. 멋진 집이다. 2만 여권의 책이 있다고 한다.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책은 사놓은 것 중에서 읽는 것이지 샀다고 다 읽는 게 아니다. 일단 책이 손에 닿는 곳에 있어야 한번이라도 펼쳐서 보게 되지 않던가. 우연히 만나게 된 구절로부터 영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 학자다. 새로운 생각을 해내기 위해서는 책이 지천으로 손에 닿는 곳에 널려 있어야한다. 마치 숲 속에 머물다 보면 이런 나무도 있고 저런 나무도 있고 이런 동식물 등이 있기에 우연한 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듯이 말이다. 책은 숲 속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 혹은 땅에 흩뿌려진 .. 2022. 5. 12.
Radiohead, "Stop Whispering" (U.S. Version) 의외로 내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라디오헤드의 앨범은 아래 곡이 실린 [Itch]라는 일개 EP로 기획된 허술한 앨범이다. 특히 아래 곡을 좋아했다. [파블로 허니]에 실린 원래 판본보다 이게 더 낫다고 느꼈다. 사실 [파블로 허니]는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상업화가 덜 된 모습이라 불편하게 느꼈던 것 같다. 해당 앨범에 실린 "Stop Whispering"은 날것의 기타가 전면에 나서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옷을 입지 않은 채 알몸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거칠지만 그렇다고 딱히 속이 시원한 느낌도 아니었다. 어딘가 아마추어티가 가시지 않은 데모 앨범 같았다. 쉽게 말해서 미국식 팝송이라 할 만한 곡이 없었다. "Creep"이라는 걸출한 곡이 있긴 했지만 곡의 후반부에서 폭팔하는 구.. 2022. 5. 8.
카프카적인 '카프카적인'(Kafkresque)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싶다면 아래 구절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의 중편, "변신"(Die Verwandlung)에서 가져왔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대단히 물리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벌레로 변한 뒤 그레고르가 새롭게 얻게 된 신체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체감해볼 수 있다. 그 생생함에 벌레 몸의 고통이 전이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벌레 몸이 축축하게 내뿜는 점액질의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카프카의 신체 묘사에는 상징적인 구석이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의 신체가 끈적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래서 읽고 있기에 고통스럽다. 헤르만 헤세가 묘사하는 아브락사스라 불리는 새와 비교해보면 카프카적인 신체가 얼마나 낯선 것인지 알.. 2022. 5. 4.
Beethoven, "Sonata N30, 1st Mov" 4월 말이 되었건만 내가 사는 이곳은 아직도 최고 기온이 6-7도에 머물 때가 많다. 해도 그리 잘 나지 않는다. 원래 추위로 유명한 곳이라지만 4월 말에 이러한 날씨는 좀 예외적이다. 물론 이곳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대략 일주일 전 단 하루였지만 26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찍기도 했다. 내가 이곳 날씨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날씨에 지조가 없다. 큰 틀에서 계절이란 게 분명히 있지만 그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급격한 온도의 변화가 적지 않게 벌어진다. 그래서 늘 대비를 해야한다. 4월 말이라도 오늘과 같은 날씨에는 한겨울 외투를 당장 꺼내서 입어야한다. 물론 학부생들은 날씨 따위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26도의 화창한 여름날만을 기억한다. 그리고는 6도 밖에 안되는 날씨에도 긴팔 후드티 하나 .. 2022. 5. 1.
NBA, 딥쓰리, 이른바 '좋았던 옛날' 내가 유일하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스포츠는 농구다. 물론 동시대 농구 경기를 실시간으로 찾아볼 정도는 아니다. 그저 정리된 영상을 통해 이런 저런 플레이어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확인하는 정도다. 그러나 1990년대 NBA 선수들 관련 영상은 여전히 흥미를 가지고 찾아본다. 내가 농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흔해 빠진 이유 때문이었다. 어릴적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보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 그 안에 묘사된 농구 장면이 어찌나 멋지게 보이던지 친구들과 농구를 직접 해보기에 이르기도 했었다. 물론 난 운동가형 신체를 타고나지 못했다. 어설프게 흉내내는 수준에서 그쳤다. 한편 [슬램덩크]의 작가가 작품의 배경에 NBA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내 이목을 끈 것은 마이클 조.. 2022. 4. 27.
Ravel, "PC in G Major" 사실 난 클래식 곡의 경우 누가 연주했느냐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래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만큼은 아래 침머만과 불레즈의 협연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나머지는 들으면 이상하게 어딘가 엇나간 느낌을 받는다. 특히 아래 1악장이 그러하다. 다른 이들의 연주는 난해하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아래 연주에서만큼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곡의 특성상 일견 난장판이 될 수도 있을 소리 하나하나가 모두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다가온다. 심지어 아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이 곡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피아노 협주곡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연주에서는 이 곡이 그렇게까지 훌륭한 곡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 Pierre Boulez, conduct / The Cleveland.. 2022. 4. 24.
[개는 훌륭하다] 중에서 문학연구자의 관점에서 볼 때 강형욱은 고대 영웅 서사의 주인공과 같다. 악당들, 특히 초현실적 괴물들, 예컨대, 그렌들과 그의 어미를 때려잡는 베어울프가 떠오른다. 물론 강형욱의 나라에서 개들은 여러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때때로 그들은 사랑스럽기도 하고, 순종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통치하는 나라에서 개들이 가장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은 따로 있다. 그들이 숨기고 있는 짐승과 같은 공격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인정컨대, 강형욱은 정의롭고 인자한 통치자다. 신민을 사랑하는 군자와 같은 임금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국가를 최초로 바로 세워야하는 순간 등장하는 건국 초기의 영웅적 통치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그는 선과 악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약육강식의 짐승적 자연 세계에 인간.. 2022. 4. 20.
YLT, "More Stars Than There Are in Heaven" 내가 매일 먹는 것 중에는 마그네슘과 리튬이 있다. 맛으로 먹는 건 아니다. 몸이 충분히 제 기능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리포소몰 글루타치온도 빼놓을 수 없다.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을 비롯한 많은 빌리어네어들은 아예 블러드 트랜스퓨전을 받는다. 젊은이의 피를 수혈 받아 건강을 유지한다. 뱀파이어 같은 자들이다. 사실 젊은 피에 대한 열망은 이미 19세기 문학 작품에서 발견되는 바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큐라]가 좋은 예다. 드라큐라에게 피를 빨린 미나를 살리기 위해 반헬싱 박사는 블러드 트랜스퓨전을 시행한다. 21세기에 오면 조지 밀러 감독의 2015년작 [매드맥스: 퓨리로드]에서 사람의 몸에서 바로 다른 사람의 몸으로 튜브를 꼽아 피를 수혈받는 문화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픽션의 소.. 2022.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