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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rky Puppy, "Lingus" 관악기 소리를 크게 좋아하지 않지만 들을 만하다. 후반부 드럼의 도움만 받은 채 진행되는 키보드의 솔로 플레이는 확실히 인상적이다. -- We Like It Here (2014) 2024. 1. 23.
Félix Mendelssohn, "Variations sérieuse" 거듭제곱 연산에서 직관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수가 몇개 있다. 예를 들어, 1의 0승, 0의 0승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의외로 0의 1승은 쉽게 생각해낼 수 있다. 0이 하나 있다는 뜻이니 0일 것이다. 0은 100개 있어도 0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자연수를 이용한 연산과 별로 다르지 않게 보인다. 그러나 이는 0의 0승으로 가면 이야기가 좀 이상해진다. 답은 1이다. 문제는 '어째서?'다. 0이 하나 일때 0이었는데, 어떻게 0이 하나도 없다는 데 거꾸로 1이 나오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거듭제곱 연산의 전제가 무엇인지 보아야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거듭제곱은 실수 체계에서 0이 차지하는 위상, 즉 1과 -1이 서로 상쇄되어 생기는 중립 지대로서 0을 고려하지 않는다. 거듭제.. 2023. 12. 30.
Tsuneo Imahori, [Trigun: The First Donuts] [트라이건: 첫번째 도넛]은 20여년도 더 전에 내 귀를 즐겁게 해주었던 음반의 하나다. (아마도) 20년 만에 다시 듣게 됐지 싶은데 예전에 이런 음악을 좋았했다는 사실이 딱히 창피하거나 하진 않다. 역사에 남을 명작 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좋다고 느낀다. 물론, 유치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2000년 전후에 나온 음악들을 듣고 있으면 내 취향이 저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인데 정작 애니를 본 적은 없다는 거다. 이 말은 애니메이션이 지닌 매력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자신을 어필할 만한 힘을 가진 앨범이라는 뜻이다. 보통은 사운드트랙의 경우 음악 자체가 별로라도 영화나 애니가 지닌 내러티브의 힘에 .. 2023. 12. 24.
Moritz Moszkowski, "Piano Concerto No. 2 in E Major, Op 59" 모리츠 모슈코프스키는 19세기 독일의 작곡가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작곡가다. 당대에는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매우 듣기 편한 낭만주의 작곡가다. 아래 곡은 1898년에 작곡됐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역사에 남을 위대한 곡이 될 소지는 크지 않다. 19세기에 씌어진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들과 유사한 느낌이다. 20세기가 다 된 시점에 작곡된 곡이 이런 스타일이라는 것은 구시대적으로 여겨질 확률이 크다. 예컨대, 쉔베르크의 "Verklärte Nacht"가 나온 게 1899년이다. 그러나 구시대적이기에 듣기엔 아주 좋다. 19세기 유럽의 피아노 협주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겁게 들을 수 있지 싶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없지 않다. 다만 4악장 정도 가면.. 2023. 12. 17.
Titanic, "Anónima" 아래와 같은 음악과 만나게 될 때면 아직까지도 새로운 음악을 찾아 헤매는 보람이 있다고 느낀다. 사실 난 많은 경우 들을 음악이 더 이상 없다고 느끼는 편이다. 미식가들은 맛에 있어서 '하방 경직성'을 느낀다고 한다. 맛있는 것을 먹다보면 다시 맛없는 것은 먹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난 음식에 있어 전혀 까다롭지 않다. 미식가들이 보면 무식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음악에 대해서는 까다롭다. 듣고 '맛 없으면' 금방 꺼버린다. 신체에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지 못하는 음악을 듣고 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것보다야 오히려 침묵이 더 멋지다고 느낀다. 각설하고, 아래는 멕시코 출신 첼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Mabe Fratti의 곡이다. 스페인어를 알지 못하는 관계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른다. 마브 .. 2023. 12. 10.
Bach, Chaconne from Partita No. 2 in D minor, BWV 1004 (arr. Ferruccio Busoni) One of the best renditions of the piece. Please, click on the link below for Grimaud's astonishing performance. The provider does not allow embedding. You can see Grimaud in her early thirties in the video. In passing, I'd like to make a point that without music, the instrument of refining one's passion, a beast comes out of that very passion. As William Wordsworth once made it very clear in his.. 2023. 12. 3.
L'Rain, "New Year's UnResolution" Another great track from L'Rain 2023 release, I Killed Your Dog. -- I Killed Your Dog (2023) 2023. 11. 26.
L'Rain, "5 to 8 Hours a Day" 올해 나온 앨범 중 가장 훌륭한 앨범의 하나로 기억되지 싶다. 실험적 음악은 언제나 팝음악보다 훨씬 더 팝적이라는 말을 해보고 싶다. 선율의 원래 모습과 만나게 되는 것은 선율이 아직 장르화되지 않았을 때다. 그러한 원초적 선율의 층위에 있는 노래는 매혹적이나 아직 아무도 따라부를 수는 없다. 사회성은 특정한 자아의 매개를 거쳐 노래의 형태로 정리될 때 얻어진다. 그 결과 자아를 지닌 가수의 노래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여겨지게 된다. 한 사회의 음악 산업은 사회성의 층위에서 작동한다. 반면 원초적 집단성은 자아에 의해 노래로 불리워지지 않는다. 무엇인가가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가수는 없다. 대신 보컬 자체가 집단적이다. 한 명이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여럿의 목소리를 지닌 것으로 경험된다. 아래.. 2023. 11. 19.
위댄스, "준비됐나" 아래 영상이 재발굴될 때가 됐지 싶다. 사실 위댄스 하면 난 아래 영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영상이 내가 처음으로 접한 위댄스의 모습이다. 그래서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한 겨울용 두터운 아우터, 몸매를 과시하는 데 아무 생각도 없는 아우터, 동네 마실 나갈 때 입을 만한 '츄리닝' 바지, 산발과 같은 헤어스타일, 마구잡이로 추는 춤, 눈치 따위 보지 않는 발성, 그러나 훌륭한 비트, 그리고 훌륭한 기타 리프와 톤, 모든 게 완벽했다. 그런 의미에서 난 "준비됐나"를 위댄스 자신의 주제곡으로 기억한다. '내멋대로 하는 음악을 들려줄 건데, 너 들을 준비 됐니?'라고 선언을 하는 곡과 같다. 2012년 1월 영상이다. 벌써 11년 전이다. 당시 난 위댄스를 크게 될 밴드로 여겼다. 데뷔한지 10년.. 2023.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