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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y Coulibaly, "Weekdays" 아래와 같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낯설다. 아직 사회적 시선이나 편견에 의해 굳어지지 않은 유연한 사람만이 저렇게 감정적으로 나긋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 이곳저곳에서 행정적 일을 보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겉으로는 친절한 듯 포장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닳고 닳은 그리하여 편견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한순간 자기 방어적으로 돌변하는 모습 속에서 꾸며진 친절함을 발견한다. 그러다 아래와 같은 곡을 들을 때면 낯설다고 느낀다. 나이든 사람들이 지닌 두려움은 근본에 있어 친절하지 않다. 사실 나도 별로 다르지 않다. 세상과 싸우는 과정에서 자기를 보존하기 위해 딱딱해져 거꾸로 작은 충격에도 너무도 쉽게 금이 갈것 같은 모습의 사람들, 그들이 바로 중년이라고 말해 볼 수 있.. 2023. 6. 22.
Hélène Grimaud 엘렌 그리모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무엇인가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알고 있던 음악이 좀 달라진다. 단순히 다른 것만 아니라 더 나은 모습의 음악을 발견하게 된다.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과 다르게 연주하고자 하는 느낌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 한번 듣는 것만으로 그녀의 연주에 설득되기 때문이다.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은 것은 없다. 듣는 순간 알게 된다, 더 훌륭한 곡을 듣게 되었다는 것을. 더 훌륭한 연주가 아니라 더 훌륭한 곡을 듣게 되었다고 느낀다. 아래는 인터뷰 영상이다. 그녀의 음악 세계가 궁금하다면 한번 볼 만하다. 2023. 6. 8.
Jon Hopkins, "Tayos Caves, Ecuador (Meditation Version)" 미국에서의 여정이 끝났다. 누가 날 '박사'라 부를 때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닥터'라 불릴 때 지난 수년 간의 노력이 조금은 보상을 받는 듯 느끼기도 한다. 이상한 나날들이었다. 현실보다는 수도원에 머무는 듯한 세월을 한참 보내고 나면 내가 과연 다시 세속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완전히 뿌리뽑힌 삶은 공부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그러나 동시에 고독한 일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늘 난 미국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난 이제 사람들 사이로 되돌아간다. 내게 사람들의 세상은 한국을 뜻한다. -- Tayos Caves, Ecuador (Meditation Version) (2023) 2023. 5. 18.
도올 김용옥, "역사를 보는 시각" 지금 한국에서 역사적 상식은 무너지고 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김용옥 선생의 말에 동감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전쟁 가능성 이전에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지지해온 바탕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1년 전 한국 정부의 '탈중국' 선언이 있은 후 중국이 의도적으로 더 이상 한국 물건을 사지 않게 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1년째 이어지고 있다. 1992년 중국과 수교한 이례 단 한번도 있었던 적이 없는 일이다. 정부가 시대에 역행하며 탈원전에 제동을 걸면서 국내 생산 제품이 RE100 조건을 맞추지 못할 것이 뻔한 반도체 산업은 최악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앞으로 RE100 조건을 맞추기 위해 반도체 기업들은 더 이상 공장을 한국에 짓지 않을.. 2023. 5. 11.
Bach, "Chaconne, Partita No. 2" 바흐의 첫번째 부인이 죽었을 때 쓴 곡으로 알려져있다. 아래 연주는 힐러리 한이 불과 18살의 나이에 연주한 것이다. 여느 연주와 달리 상당히 느리게 연주한다. 혹자는 해당 곡의 원래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는 이상한 진술이다. 죽음을 알 수 없는 나이에 연주한 것이 죽음의 본질을 포착해낸 것 같다고 말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어린 아이에게서 귀신들림을 보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래 연주가 담고 있는 차분하게 죽음과 함께 하는 느낌을 설명하기 어렵다. 2023. 5. 4.
Jazzbois, [Jazzbois Goes Blunt II] 같이 사는 친구가 학회 때문에 뉴올리언즈로 갔다. 오랜만에 집에 혼자 있다. 감금된 느낌을 달래기 위해 산책을 했다. 역시 볼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추위만 느끼다 곧 돌아왔다. 반경 500 미터 내에 상점 하나 없는 학교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게 얼마나 괴이한 일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집 바로 앞에 호수가 있긴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물 냄새까지 맡고 싶진 않았다. 안그래도 오후에 조깅을 하며 충분히 호수 바람을 맞았던 터였다. 더불어 호수가로 가려면 산책로를 따라 숲의 느낌이 나는 지역으로 들어가야한다. 어쩐지 이런 날 숲에 들었갔다가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살해당할 것만 같은 망상에 숲으로 가길 피했다. 난 숲으로 가지 않는다. 난 소로우는 못될 것 같다. -- Jaz.. 2023. 4. 28.
Wednesday, [Rat Saw God] 록음악을 들으려할 때는 젊은 친구들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을 찾는다. (난 1990년대 록밴드들을 좋아하지만 그들이 나이들어 최근 만들어내는 음악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들어보면 별로 감흥이 없다. 중년이 만들어내는 록음악보다 김빠진 맥주 같은 음악도 없다.) 록은 20대의 음악이라 믿기 때문이다. 20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정서가 있다. 록은 그걸 잡아낸다. 그 특유의 진흙 속에서 밝게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될 때 환희를 느낀다. 아래 앨범에는 그 순간이 포착되어 있다. (물론 모든 곡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20대의 정서는 거칠다. 함께 하기에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20대의 내 자신을 돌아보건대 그 시절 나를 참고 함께 해준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뿐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 2023. 4. 13.
B. Fleischmann, "Im Atelier" "In the Studio" (Im Atelier) by B. Fleischmann. At the end of it, it says, "This video is a memory" (Dieses Video ist eine Erinnerung). The images projected onto the wall of the studio is presumably the musician's childhood memories. Note that, in the video, he seems to be working on music which is likely to be what we hear in the video. Which means, his music is itself a projection of his inner.. 2023. 4. 6.
Extreme, "Rise" 익스트림이 얼마전 새로운 곡을 발표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난 익스트림 팬이 아니다. 그저 노래 몇 개 아는 정도다. 1980년대식 메탈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아래 영상이 보여주는 게리의 보컬 스타일 및 그의 무대 공연 스타일을 보며 별로 멋지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아래 영상이 메탈 음악의 온갖 정수를 다 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맨살에 가죽 자켓 하나 걸친 의상부터 마이크 스탠드 휘두르는 방식, 기타 치며 발차기 해대는 방식, 보컬과 리드 기타 둘이 사이 좋게 마이크 하나 나눠쓰며 노래 부르는 클리세까지 온갖 옛것들이 다 모여있다. "그들이 널 찢어버릴 거야"라는 대목에서 두 손을 좌우로 벌리며 찢어버리는 동작을 취하는 게리의 동작이란 얼마나 메탈적으로 드.. 2023.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