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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ado Negro, "Colores Del Mar" 사실 종종 난 수업 시작 전 강의실에 음악을 틀어놓고 싶다고 느낀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음악이 강의실에 퍼져나가는 건 마치 탈옥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강의실은 종종 감옥과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감옥을 전혀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것은 내 강의이고 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나의 말이 그들의 마음에 닿아서 그들을 움직이게 될 때 비로소 강의실은 감옥이 아니게 된다. 오직 그때에만 시체들에 영혼이 불어넣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언어가 영감이 되는 순간이 없다면 강의실은 끔찍한 곳일 뿐이다.) 음악은 주어진 현실을 변혁하는 혁명적 순간과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고른 음악이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을 바꾸는 힘은 오직 그 힘을 믿는 .. 2024. 6. 15.
Arooj Aftab, "Aey Hehin" 근래 난 긴장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밀도 높은 글, 긴장감이 높은 글이 써진다.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대략 지난 20년간 그런 상태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다. 몸에 부담이 가해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거엔 교감신경 항진 상태를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커피를 활용했다. 그러나 카페인으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게 되면 미네랄과 비타민을 크게 소모하게 되어 문제를 일으킨다. 교감신경을 항진 시키는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면 자율신경계가 긴장하게 된다. 그러면 호르몬 균형도 깨진다. 잠을 잘 수 없게 된다. 마치 커피를 많이 마신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밤 12시.. 2024. 6. 9.
진공 오늘날 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철학자들이 아니라 과학자들이다. 21세기에 철학의 지위에 걸맞는 학문은 과학이지 철학이 아니다. 오늘날 인문학이 영향력을 잃은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문학이 사소해졌다는 데 있다. 심지어는 다음과 같은 역설적인 진술이 가능하다: '철학이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과학을 해라. 특히 물리학과 수학을 해라.' 오늘날 세계의 중심에서 철학을 하고 싶다면 인문학 이전에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세상의 변방에서 철학을 하고 싶은 자는 고전적 인문학과로 가도 된다. 다만 과거지사로서 철학을 역사적 관점에서 논하게 될 것이다. 반면 메타피직스는 늘 초역사적이었다. 철학의 역사화, 이보다 더 인문학을 사소하게 만든 경향도 없다. 물리학이.. 2024. 5. 26.
Alice Coltrane, "Journey in Satchidananda" GPT-4o가 나왔다길래 써보고 있다. 보고 듣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그러나 지적 능력에 있어서는 기존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19세기 최초의 철도 교통사고 사망자 윌리엄 허스킨슨이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그럴싸하기는 하지만 앞뒤가 안맞는 설명을 내놓았다. 특정 이름의 열차를 대며 그가 그 열차에 치어서 죽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다. 그를 친 열차가 역사에 도착했다고 말한 후 허킨슨이 해당 역사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그가 기다리던 사람이 타고 오는 열차가 들어올 때 피하지 못한 나머지 해당 열차에 치어서 죽었다고 말한다. 앞뒤가 맞지 않아 그를 친 열차의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 앞서 역사에 이미 도착했다고 .. 2024. 5. 19.
Still House Plants, [If I Don't Make It, I Love U] 록이 장르적 문법에서 벗어나 스타일을 가지게 되면 아래와 같은 음악이 나오게 된다. 잔기술 하나 없이, 심지어 때때로 둔탁하게 들릴 정도로 직설적으로, 만들어내는 스타일이기에 들을 만하다. 그리고 앨범 제목이 멋지다. "내가 가지 못한다해도, 난 너를 사랑해."스타일 하니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민희진. 그의 자아로 가득찬 기자회견을 본 후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판단을 바꿨다. 내가 생각한 것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적 세계관이라 불러볼 수 있다. 구현되지 못한, 좌절된 열망, 더 나아가, 허황된 욕망에 관한 꿈들 말이다. 그러나 그걸 예술적이 아닌 사회적으로 구현하려 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법학 등이 만.. 2024. 5. 3.
Limp Bizkit, Paraguay 2024 종종 싸구려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군것질거리로. 예컨대, 한국식 커피믹스는 매력적인 마실거리다. 종종 난 맥심도 아니고 맥스웰하우스 커피믹스를 마신다. 맥심보다 더 싸구려 맛을 보여준다. 그러나 의외로 찾게 된다. 싸구려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이외에는 다른 게 없다. 종종 싸구려 음악이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찾아들을 만한 것 중의 하나는 림프비즈킷이다. 프레드 더스트의 진행은 미국식 싸구려 토크쇼를 보는 것 같다. 근데 그게 이상한 맛이 있다. 웨스 볼랜드의 기괴한 복장과 화장은 종종 구역질이 나지만 계속 눈길이 간다. 서커스 집단 같다. 저질스러운 작자들이다. 그러나 그래서 기이한 매력을 발한다. 2024. 4. 27.
전설의 고향: 느티고개 1978년 2월 7일 방송분이다. 지금 보기에 생소한 연출을 보여준다. 영상이 아니라 대사와 연기에 의지해서 감정을 이끌어낸다. 연극 무대에서 벌이는 연기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표정 및 몸짓 연기가 과장되어있다. 말하자면 표정과 몸짓이 이 시절의 '비주얼' 요소였던 셈이다. 대사 전달 또한 연극적이다. 그러한 이유로 사실 영상 없이 소리만 들어도 작품을 즐기는 것이 가능한 지경이다. 라디오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이다. 근래의 '스펙터클'에 의지한 연출법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료다. 연출에 있어 지금 보기에 의외로 참신한 면이 있다. 아래와 같은 연출을 오늘날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린다면 의외로 독특한 작품 연출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 2024. 4. 19.
Four Tet, "Daydream Repeat" 야권이 이기는 건 기정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기느냐다. 이순신 장군은 이미 패배하여 도망가는 왜구를 끝까지 쫓아가 완전히 끝장을 보고자했다. 일견 불필요한 행동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상대 입장에 공포심이 들 정도로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으면 다시 또 똑같은 짓을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난 그가 옳았다고 본다. 완전히 몰아쳐서 야권이 200석 이상으로 이기는 것만이 의미가 있다.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들지 못하면 똑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 -- Three (2024) 2024. 4. 10.
Nine Inch Nails, "Hurt"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란 것에 투표를 한 것이. 속된 말로 해보자면, '역대급 빌런'에 대한 '시적 정의'를 구현하는 선거 정도되지 싶다. 영화의 언어로 하자면, 빌런 대 히어로의 대결에 기반한 장르물에 가깝다. 구도의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단순 무식한 장르물이 필요하다. 사실 오늘날과 같이 고도로 발전한 사회에서 웬만한 빌런이 등장하지 않고서 그러한 구도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게 이번 선거의 놀라운 점이다. 지난 2년 동안 너무도 무식하고 무도한 악당이 등장해서 선량한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런 자에 대한 대처는 마찬가지로 아주 단순해야한다. '응징'이라는 고대적 영웅서사시의 언어 정도면 족하다. (세상에 '응징'이라니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낯선 언어다.) 히어로 장.. 2024.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