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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Jarrett, Gary Peacock, Paul Motian "How Long Has Been Going On" 인간의 지능은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아주 자주 생존의 환상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리하여 거꾸로 생존하지 못하게 된다. 생태계 내에서 일어나는 사실관계에 기반한 정보를 충분히 많이 얻어야 생존에 필요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실이 감당할 수 없을 때 찾아온다. 현실이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단계에 이를 때 인간은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는 환상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한다. 그러나 생존의 환상을 만들어내게 되면 해당 개체 및 집단은 물리적으로 생존에 실패하게 된다.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하는 극우 유튜버들과 윤석열의 사고방식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들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총선.. 2025. 1. 15.
모임 별, "내가 여기에 있다" 모임 별의 "내가 여기에 있다"는 20대의 시간을 포착하고 있다. 늘 두려움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느낌, 그러나 동시에 근거없는, 무한한 희망에 휩싸여있는 시간, 그것이 20대가 지칭하는 비물리성의 특성이다. 가장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가장 추한 시간, 영혼이 물리적 신체의 구속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 파괴성을 드러내는 시간,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기 두려운 시간. 가장 검은, 그러나 가장 흰 시간. 사실 모임 별의 음악을 듣는 것이 그렇다. 영원히 듣고 싶지만, 그 영원함이 깨질까 두려워 결코 계속해서 듣고 있을 수 없는 음악.잊고 살다 불현듯 부서질 듯 예민한 20대의 감정을 떠올리게 될 때면 그 시간이 지난 후 신체가 빠져들게 되는, 생기없는 하찮음에 절망하게 된다. 감정을 갖는 일은 다.. 2024. 12. 28.
탄핵 순간 역사에 기록될 순간이다. 전세계가 이를 지켜보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한다. 이번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의 생명력과 강인함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K-팝과 K-문화의 뒤에 실은 K-정치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내보인 것과 같다. 앞으로는 외국에서는 K-정치가 K-문화의 실질적 동력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것이고, 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다. 어째서 한국이 근래 이토록 도약한 것인지를 설명하는 최종적 참고지점이 등장한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 정도의 정치의식이 없는 나라에서 문화는 꽃필 수 없다. 거꾸로 말하면, 한국에서 민주주의 정신이 사그러들 때 K-문화도 생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일을 막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할지는 분명한 일이다. 이번 일을 통해 한국은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 2024. 12. 15.
새소년, "KIDD" 새소년의 "KIDD"가 마치 2024년 12월 현시국을 염두에 두고 쓴 곡 같이 들린다. 하긴 록음악은 늘 그랬다. 새로운 것이 도래하기를 기다리는 열망을 담는 음악 양식이 록이다. 사람들에게 기다리는 마음이 있는 한 록음악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우린 기다리고 있다. 영상은 모임별이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황소윤은 모임별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난, K-팝 뿐 아니라, 이 곡 또한 집회에서 연주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KIDD (2023) 2024. 12. 9.
탄핵과 융합 평소라면 융합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이 서로 만나고 있다. 한 예로, 탄핵집회에서 K-팝이 불리워지고 있다. 여기서 던질 질문은 다음과 같다: 탄핵은 그저 '정치적 이슈'인가? K-팝은 다만 문화와 산업의 문제일 뿐인가? 누군가는 아직도 탄핵 이야기는 서로에게 분란을 가져올 뿐인 한낱 정치 이슈이니 서로 언급하지 말자고 할 것이다. 평소라면 그 말에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서로 간에 웬만하면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민주적 질서와 제도가 운영되는 한에서 나눌 수 있는 조건부 지혜일 뿐이다.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티비에서 패널들이 나와 떠드는 한낱 정치 이슈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민주적 국가 자체의 존립이 위기에 빠져 모든 것.. 2024. 12. 8.
"South Koreans to Save Democracy" 지난 밤 일어난 일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비현실성을 선사했다. 한국 사회에 닥칠 암담한 미래의 모습이 떠올라 경악스럽고 뒤숭숭하여 잠을 잘 수 없었다. 당장 내일 학생들을 볼 수는 있을 것인지, 만난다고 하면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막막하게 느껴졌다.어제 있었던 일에 경악하여 놀라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위험한 사람이다. 폭력과 힘에 의한 통치를 지지하는 자만이 그렇게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인구의 10-20퍼센트는, 겉으로 말은 하지 않아도, 속으로 의회를 쓸어버리고 폭압적인 방식으로 철권 통치를 해야한다고 믿는다. 그들의 대표자가 어제 그들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들이 원하는 일을 수행해 옮긴 것이다. 분명 그들은 짧은 시간이나마 소원성취를 한 것 같이 느꼈을 것이다. 어제 일의 심각성.. 2024. 12. 4.
지드래곤의 추억 최근 발표된 지드래곤의 신곡을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근래의 케이팝 아이돌의 음악과 달리, 지드래곤까지는 내 감수성이 허용한다는 사실이다. 지드래곤의 음악이 근래 나오는 음악보다 더 훌륭해서 그런 것인지까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그보다는 그의 음악까지는 상대적으로 어린 시절인 20대 후반에 접한 바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지디는 이미 오래된 음악가다. "홈스위트홈"이라는 신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 옛날 빅뱅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훌륭한 후크송 후렴구를 지니고 있다. 이런 구성이 정점에 이르렀던 것이 2010년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시절 가장 영향력 있었던 음악가가 빅뱅이다. 이번 지디의 신곡은 그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또.. 2024. 11. 29.
미토콘드리아가 당신의 영혼이다 아래 영상 속 토마스 사이프리드는 보스턴칼리지의 생물학과 교수다. 그에 따르면 암은 유전학적 질병이 아니라 대사질환이다. 흔히 암은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서 세포를 원래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라고 한다. 기존의 이론은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사전에 암이 발생할 확률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그에 따라 필요하다면 암이 발생하기 전에 발생 가능성이 있는 기관을 제거해서 생명을 구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사이프리드는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는다. 암은 유전적 질병이 아니라 대사질환이라는 것이다.대사는 생리학적 에너지 생산 기제를 뜻한다.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은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라의 놀라움은 산소 호흡을 하여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데 있.. 2024. 11. 23.
짭짤한 자아 근래 난 자연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사고는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여긴다. 물질에 기반하지 않은 것은 상상의 산물이다. 여기서 인문학은 대체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식을 택할 수 있다: 1) 상상을 정당화하는 학문, 2) 상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학문. 첫번째의 경우 인문학은 신화 혹은 순진한 의미의 신학과 동일한 것이 된다. 그러나 두번째의 경우 인문학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혹은 이데올로기의 작동방식에 대한 분석을 문화론의 형태로 다루게 된다. 첫번째의 경우 인문학에는 전혀 승산이 없다. 신화가 될 때 인문학은 미신으로 전락할 것이다. 두번째의 경우 인문학은 정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스스로 정당성을 획득하지는 못한다. 주어진 허구가 작동하.. 2024.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