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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별, "내가 여기에 있다"

by spiral 2024. 12. 28.

모임 별의 "내가 여기에 있다"는 20대의 시간을 포착하고 있다. 늘 두려움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느낌, 그러나 동시에 근거없는, 무한한 희망에 휩싸여있는 시간, 그것이 20대가 지칭하는 비물리성의 특성이다. 가장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가장 추한 시간, 영혼이 물리적 신체의 구속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 파괴성을 드러내는 시간,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기 두려운 시간. 가장 검은, 그러나 가장 흰 시간. 사실 모임 별의 음악을 듣는 것이 그렇다. 영원히 듣고 싶지만, 그 영원함이 깨질까 두려워 결코 계속해서 듣고 있을 수 없는 음악.

잊고 살다 불현듯 부서질 듯 예민한 20대의 감정을 떠올리게 될 때면 그 시간이 지난 후 신체가 빠져들게 되는, 생기없는 하찮음에 절망하게 된다. 감정을 갖는 일은 다시 20대가 되는 일과 같다. 40대 이후의 감정이란 것은 그저 불쾌에 예민해진 신체의 문제일 뿐이다. 고통을 견뎌내며 무한한 미래를 보는 힘이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하찮아진다. 음악은 그 하찮음을 이겨내는 정서적 힘을 가리킨다. 여러 소리 중에서 신체의 세포 하나 하나를 진동시키는 소리를 우리는 음악이라고 부른다.

누가 내게 당신의 모국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음악이 내 모국어'라고 답할 것 같다. 내 모국어는 한국어가 아니다. 음악이다.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은 모국어를 듣는 느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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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