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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Jarrett, The Köln Concert Part 1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는 앨범이 발매된지 2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후 24년이 더 흘렀다. 발매된지 49년, 사실상 반 세기가 다 됐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하지 않고 남는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훌륭하다는 사실이다. 혹시 누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어떤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묻는다면 난 그 어떤 윤리학 서적도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내 답변은 아래 음악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일 것이기 때문이다. --The Köln Concert (1975) 2024. 7. 16.
Mobile Suit Gundam Thunderbolt OST 2 아래 만화는 본 적 없다. 볼 예정도 아니다. 다만 음악이 들을 만해서 가져왔다. 20세기 아방가르드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멋지다고 여길 것이다. 참고로 36분경 앨범이 중반을 넘어가면 재즈가 아닌 다른 장르로 넘어간다. 심지어는 '가와이 가와이'라 하는 우스꽝스러운 보컬까지 나온다. 그쯤되면 그냥 끄면 된다.--Mobile Suit Gundam Thunderbolt OST 2 (2017) 2024. 7. 1.
한국에서 하는 강의 영어는 한국인의 영혼을 울리지 못한다. 영어로 강의를 할 때면 학생들의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발견한다. 한국의 대학은 영어 강의를 금과옥조나 되는 것처럼 여기지만 실은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깝다. 내가 느끼기에 학생들은 영어 강의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아 듣고 있지 않거나 혹은 능력이 되지 않아 듣고 있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나도 피곤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다. 물론 요점은 다 전달한다. 그러나 오히려 요점에서 벗어나는 말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 문제다. 언어란 것은 요점에서 벗어나야 흥미롭고 재미있는 법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것은 본질에 닿고자 하나 실패하며 계속해서 우여곡절 속에 머무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인문학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실은 수학도 마찬가지다. 대수학은 기.. 2024. 6. 24.
Helado Negro, "Colores Del Mar" 사실 종종 난 수업 시작 전 강의실에 음악을 틀어놓고 싶다고 느낀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음악이 강의실에 퍼져나가는 건 마치 탈옥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강의실은 종종 감옥과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감옥을 전혀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것은 내 강의이고 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나의 말이 그들의 마음에 닿아서 그들을 움직이게 될 때 비로소 강의실은 감옥이 아니게 된다. 오직 그때에만 시체들에 영혼이 불어넣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언어가 영감이 되는 순간이 없다면 강의실은 끔찍한 곳일 뿐이다.) 음악은 주어진 현실을 변혁하는 혁명적 순간과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고른 음악이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을 바꾸는 힘은 오직 그 힘을 믿는 .. 2024. 6. 15.
Arooj Aftab, "Aey Hehin" 근래 난 긴장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밀도 높은 글, 긴장감이 높은 글이 써진다.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대략 지난 20년간 그런 상태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다. 몸에 부담이 가해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거엔 교감신경 항진 상태를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커피를 활용했다. 그러나 카페인으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게 되면 미네랄과 비타민을 크게 소모하게 되어 문제를 일으킨다. 교감신경을 항진 시키는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면 자율신경계가 긴장하게 된다. 그러면 호르몬 균형도 깨진다. 잠을 잘 수 없게 된다. 마치 커피를 많이 마신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밤 12시.. 2024. 6. 9.
진공 오늘날 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철학자들이 아니라 과학자들이다. 21세기에 철학의 지위에 걸맞는 학문은 과학이지 철학이 아니다. 오늘날 인문학이 영향력을 잃은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문학이 사소해졌다는 데 있다. 심지어는 다음과 같은 역설적인 진술이 가능하다: '철학이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과학을 해라. 특히 물리학과 수학을 해라.' 오늘날 세계의 중심에서 철학을 하고 싶다면 인문학 이전에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세상의 변방에서 철학을 하고 싶은 자는 고전적 인문학과로 가도 된다. 다만 과거지사로서 철학을 역사적 관점에서 논하게 될 것이다. 반면 메타피직스는 늘 초역사적이었다. 철학의 역사화, 이보다 더 인문학을 사소하게 만든 경향도 없다. 물리학이.. 2024. 5. 26.
Alice Coltrane, "Journey in Satchidananda" GPT-4o가 나왔다길래 써보고 있다. 보고 듣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그러나 지적 능력에 있어서는 기존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19세기 최초의 철도 교통사고 사망자 윌리엄 허스킨슨이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그럴싸하기는 하지만 앞뒤가 안맞는 설명을 내놓았다. 특정 이름의 열차를 대며 그가 그 열차에 치어서 죽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다. 그를 친 열차가 역사에 도착했다고 말한 후 허킨슨이 해당 역사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그가 기다리던 사람이 타고 오는 열차가 들어올 때 피하지 못한 나머지 해당 열차에 치어서 죽었다고 말한다. 앞뒤가 맞지 않아 그를 친 열차의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 앞서 역사에 이미 도착했다고 .. 2024. 5. 19.
Still House Plants, [If I Don't Make It, I Love U] 록이 장르적 문법에서 벗어나 스타일을 가지게 되면 아래와 같은 음악이 나오게 된다. 잔기술 하나 없이, 심지어 때때로 둔탁하게 들릴 정도로 직설적으로, 만들어내는 스타일이기에 들을 만하다. 그리고 앨범 제목이 멋지다. "내가 가지 못한다해도, 난 너를 사랑해."스타일 하니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민희진. 그의 자아로 가득찬 기자회견을 본 후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판단을 바꿨다. 내가 생각한 것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적 세계관이라 불러볼 수 있다. 구현되지 못한, 좌절된 열망, 더 나아가, 허황된 욕망에 관한 꿈들 말이다. 그러나 그걸 예술적이 아닌 사회적으로 구현하려 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법학 등이 만.. 2024. 5. 3.
Limp Bizkit, Paraguay 2024 종종 싸구려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군것질거리로. 예컨대, 한국식 커피믹스는 매력적인 마실거리다. 종종 난 맥심도 아니고 맥스웰하우스 커피믹스를 마신다. 맥심보다 더 싸구려 맛을 보여준다. 그러나 의외로 찾게 된다. 싸구려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이외에는 다른 게 없다. 종종 싸구려 음악이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찾아들을 만한 것 중의 하나는 림프비즈킷이다. 프레드 더스트의 진행은 미국식 싸구려 토크쇼를 보는 것 같다. 근데 그게 이상한 맛이 있다. 웨스 볼랜드의 기괴한 복장과 화장은 종종 구역질이 나지만 계속 눈길이 간다. 서커스 집단 같다. 저질스러운 작자들이다. 그러나 그래서 기이한 매력을 발한다. 2024.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