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91 짭짤한 자아 근래 난 자연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사고는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여긴다. 물질에 기반하지 않은 것은 상상의 산물이다. 여기서 인문학은 대체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식을 택할 수 있다: 1) 상상을 정당화하는 학문, 2) 상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학문. 첫번째의 경우 인문학은 신화 혹은 순진한 의미의 신학과 동일한 것이 된다. 그러나 두번째의 경우 인문학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혹은 이데올로기의 작동방식에 대한 분석을 문화론의 형태로 다루게 된다. 첫번째의 경우 인문학에는 전혀 승산이 없다. 신화가 될 때 인문학은 미신으로 전락할 것이다. 두번째의 경우 인문학은 정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스스로 정당성을 획득하지는 못한다. 주어진 허구가 작동하.. 2024. 11. 16. Coldplay, "Higher Power"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그가 대통령을 했던 시절 미국이 어떻게 험악하게 변했었는지 기억한다. 미국에 있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다른 한편 한국의 대통령이 조만간 바뀐다면 한국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 반대로 지금 대통령으로는 한국에 큰 위기가 닥칠 게 뻔하다. --Higher Power (2021) 2024. 11. 8. 록음악과 글렌 굴드 혹은 바하 오랜만에 듣는 글렌 굴드의 연주다. 20년도 더 전에 굴드의 연주를 시디로 사서 들었더랬다. 물론 아직도 가지고 있다. 3-4종 가지고 있지 싶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들어간 후의 일이었는데 그 이전까지 난 주로 영미권 록 음악을 들었던 터였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에 록음악을 듣는 행위가 꼭 록음악이라는 특정 장르 자체에 국한된 일이라기보다는 음악 일반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표현되는 한 양상 정도로 여겨졌다는 데 있다. 1990년대에 록은 대중음악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팝과는 다른 것, 즉, 대중적이라기보다 예술적인 것의 대명사와 같이 여겨졌었다. 록을 듣는 행위는 '나는 음악을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이에요,' '나는 아무 음악이나 듣지 않아요'라는 뜻과 같았다. 대학에 들어간 후 .. 2024. 10. 26. 박문치, "Just Fun (feat. 죠지)" 박문치의 음악은 사실 들을 만하다. 겉으로는 장난을 치지만 그렇다고 음악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게 박문치의 매력이다. 죠지는 덤이다. 사실 죠지와 박문치는 옛날부터 서로 잘 어울려 노는 사이였다. --Just Fun (2023) 2024. 10. 18. 잡식동물 인간 흔히 인간은 잡식동물이라고들 한다. 인간이 뭘 먹는지 살펴보면 고기도 먹고 채소도 먹으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과대해석해서 인간이 마치 초식동물처럼 실제로 초식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인간은 초식을 못한다. 초식을 할 수 있으려면 여러개의 반추위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성능 좋은 맹장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전자의 경우 소가 대표적이고 후자의 경우 말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어떠한가? 인간은 반추위가 없다. 맹장은 있지만 흔적기관으로 퇴화했다. 이는 인간이 초식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여기서 초식을 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식동물이 초식을 한다는 의미는 식물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이나 당을 자신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초식을 .. 2024. 10. 3. 박문호 학파 내 생각에 박문호는 21세기 과학판 도올 선생과 같다. 사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강연하는 동양철학은 21세기의 언어로 다시 씌어져야한다. 2천 5백년전 철학이란 게 당대에는 최신 과학의 역할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치 그때 그 시절 이야기가 지금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자체로 통용되는 진리를 서술해준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애당초 철학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를 고려한다면 도올 김용옥의 강의를 들을 시간에 박문호의 자연과학 강의를 듣는 게 훨씬 더 취지에 부합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박문호 선생을 도올 박문호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사실 학계에 종사하지 않으며 대중을 상대로 자기만의 아카데미를 운영한다는 점, 상당한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 자신의 강의를 유튜브에 공개.. 2024. 9. 26. Keith Jarrett Trio, "My Foolish Heart" 이런 연주를 듣고 있을 때면 그저 '완벽하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여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30분씩 뛰었더니 이제는 이력이 나서 30분을 뛰어도, 뛰는 동안에도 그렇고, 뛰고 나서도, 숨이 전혀 차지 않는다. 물론 빠르게 뛰는 것은 아니다. 4km를 33분 정도에 주파하는 정도다. 어쨌거나 전혀 힘들지 않다. 그냥 좀 빨리 걸을 때처럼 느낀다. --My Foolish Heart (2007) 2024. 9. 19. 원슈타인, [Tent 0.3] 난 이 친구 음악을 좋아한다. 모든 장르가 그렇지만 힙합은 힙합이 아니게 될 때 들을 만해진다. 난 장르적, 문법적인 것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원슈타인은 음악을 하는 친구이지 힙합을 하는 친구가 아니다. 그는 그냥 살면서 자신이 느낀대로 음악을 만들어낸다. 우연히 그 양식이 힙합에 기반했을 뿐이다. --Tent 0.3 (2024) 2024. 9. 12. Brad Mehldau Trio, "Ode" 개인적으로 맬다우 트리오의 전성기는 2000년대가 아니었나 싶다. 1990년대 트리오도 들을 만했지만 젊은이 특유의 난해함이 강한 시기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오면 난해함과 편안함이 섞이면서 볼 만한 장면을 만들어내게 된다. 아래 앨범은 2011년에 발매되었지만 녹음은 2008년에 이루어졌다. 2000년대 맬다우 트리오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멜로디 라인이 분명하면서도 진부하지 않다. 근래 그에게서 이런 감각을 찾아보기는 어렵게 된 것 같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멜다우는 벌써 50대 중반이다. 물론 그렇게 많은 나이라고 할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뇌의 신경망 체계의 성질이 변하기 때문에 젊었을 때와 같은 감각적 측면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2024. 9. 6. 이전 1 2 3 4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