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별의 2024년작 [우리 개]에서 주목할 만한 곡은 "호수"다. 이 곡을 들으며 어쩌면 황소윤의 합류는 모임 별에게 다시 한번 20대의 영혼을 가져다주는 일과 같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곡은 물론이고 앨범 전반적으로 기존 모임 별의 특징이 완전히 생기를 얻었다. 동시에 황소윤 특유의 기타 솔로가 곡을 마무리한다. 난 언제나 황소윤의 곡에서 기타 솔로가 더 강조되기를 바래왔었다. 그 모습을 전자음을 기반으로 한 모임 별에게서 보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성공적인 조합이다. 록적인 기타솔로와 전자음악적 요소 모두가 감정을 동일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랑의 감정을 생각해보자. 사랑은 모임 별의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감정의 하나다. 늘 기저에는 사랑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그려내는 사랑은 결코 완전한 합일에 기초한 지복을 담아내지 않는다. 늘 둘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만약 사랑을 둘 사이의 합일로서 제시한다면 거짓된 감정으로 느껴질 것이다. 사랑을 추동하는 것은 달성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예민한 자각이다. 후반부의 기타 솔로가 그렇다. 기타 솔로가 시작되며 전반부의 전자음악적 전개를 이어받는 설정은 마치 두 연인이 대화를 하는 것과 같다. 앞에서 등장한 화자에 화답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대화는 둘 사이에 내재되었던 균열음을 표면화하는 과정과 같기도 하다. 첫째로 따뜻한 전자음에 대조된 기타의 굉음 자체가 그러하다. 둘째로 기타의 울부짓음이 시작되어도 사라지지 않는 기저음이 그러하다. 미묘하게 저음의 전자음이 바탕에 깔리며 기타의 굉음에 대응한다. 대단히 멋지지만 동시에 듣고 있기에 고통스러운 소리이기도 하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기타 솔로가 이어오던 멜로디가 끊긴다. 기타의 배경 노이즈만 남게 된다. 마치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곡의 짜임새는 완벽하기도 하다. 마치 더 이상 우리 사이에 군더더기와 같은 말은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 그 정도로 서로 마음이 직접 통한다는 듯이. 모임 별의 음악은 소리의 배치가 감정을 만들어낸다. 음악의 본질은 가사가 아니라 소리 자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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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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