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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 Hopkins, Ritual

by spiral 2025. 2. 5.

서로 동의하지 않는 견해를 나누는 대화를 나누고 나면 그 느낌이 마치 뇌를 독성이 있는 물질에 담근 것 같다. 생각은 분명 물리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특정 생각은 특정 물리적 출력을 만들어내는 컴퓨터의 특정 프로그램과 같다. 미학적 음악은 그렇게 가동된 컴퓨터의 명령어를 제거하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과 같다. 미학은 감정을 다루는 프로그램으로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아래는 2024년에 나온 홉킨스의 최근작이다. 내가 그의 음악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속에서 벗어난 소리 자체를 탐구하는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미학적이라서 듣는다. 미학은 형이상학의 다른 말이다. 속된 소리들이 싫다. 쓰레기 같은 생각과 언어들로 이루어진 현실을 반영하는 게 음악이라면 난 음악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은 음악이라고 할 수조차 없다. 첫째로는 관념론자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유물론만이 형이상학을 낳는 원동력임을 알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유물론자는 속된 물질성과 비세속적 관념성 사이의 역설을 이해하는 자다. 그렇지 않은 자를 속류 유물론자라 한다. 오직 순수 유물론자만이 음악을 미적으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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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ual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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