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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Jam, Pinkpop 1992

by spiral 2025. 7. 17.

펄잼의 공연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아닐까 싶다. 1992년 에디 베더의 모습은 거의 광기에 차 있다. 그는 마치 지금 이 무대가 자신의 유일한 무대이며 더 이상은 기회가 없을 듯이 노래를 부른다. 지금 이 무대에 오름으로써 원하던 모든 것이 달성되었다는 듯이 노래를 부른다. 간절함의 표현이라고 말하기엔 형식 파괴적 힘이 느껴지고, 형식이 없다고 말하기엔 물이 흐르듯 노래가 쏟아져나온다. 육체적 감정과 리듬이 의미의 형태로 승화가 되지 않은 채 쏟아져나온다. 그렇다고 혼돈의 상태로 빠지는 것까지는 아니다. 되어짐(becoming)과 됨(being)의 경계선상에 있는 모습이다. 1993년 그래미 하드록 공연 부분 상을 받았을 때 에디 베더가 남긴 수상 소감도 같은 맥락 속에 있다. 그는 '우린 그저 긴장감 없이 공연이나 즐기려고 시상식에 왔는데 수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사실 이 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긴 할 것 같다'라는 요지의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는 제도가 고정해놓은 의미의 영역에 머무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티켓마스터와의 싸움도 그런한 맥락에서 일어났었다. 자신들의 모든 공연 부틀렉 음반을 스스로 만들어 싼값에 풀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흔히 '록의 저항정신'이라 하는 것으로 묘사되어온 특성이다. 근래 난 저항은 그 자체로 추구되어서는 안되며 새로운 질서 혹은 형식을 낳는 동기가 되어야한다고 느낀다. 형식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하지만 형식을 창출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1990년대 에디 베더의 모습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아슬아슬함을 느낀다. 아무튼 근래 밴드들에게서 90년대 에디 베더가 보여준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린 시절 내가 록음악을 들었던 이유의 하나는 록음악에만 발견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아래 영상 속에서 에디 베더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광기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도 난 광기가 느껴지지 않는 록은 록이 아니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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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PM_VIATPYQc&list=RDPM_VIATPYQc&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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