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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지: 잘 노는 힙한 혹은 까진 아이들의 몰락 이후 2019년에 불어닥친 'YG의 몰락'에 상응하는, 즉, 그들이 대변해온 낡아빠진 '잘 노는 까진 아이들'의 음악을 대체하는, 새로운 음악적 결과물을 찾으려 한다면 어떤 음악을 예로 들어볼 수 있을까? 아마도 아래 링크된 것과 같은 곡을 제시해볼 수 있지 싶다. 죠지란 가수의 "바라봐줘요"라는 곡이다. 요점은 아래 곡이 1990년대 '착한 정서'의 재림과 같이 느껴진다는 데 있다. 1993-4년 경으로 돌아가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혹은, 근래 유튜브에서 유행한 '1980-90년대 시티팝'이라는 트렌드가 동시대 대중 가요로 거꾸로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래 곡의 뮤직비디오 내 장면 설정을 보라. 대부분의 장면이 도시적 풍경을 담는 데 할애되어 있다. 사람이라.. 2019. 6. 29.
이창동의 [버닝]: "항상 너만을 사랑해" vs. "내가 제일 잘 나가" 아래 링크된 지퍼의 곡,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적 좋아했던 노래다. 지금 시점에서 듣고 있으면, 순진함이 남아있어 여전히 마음이 가는 곡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곡이다. 여자의 마음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20대 초반 남자 아이의 어리숙한 풋사랑의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쌀쌀맞은 태도 앞에서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를 느끼며 의기소침해지다가도 결국에는 "변하지 않는 게 있어. 항상 너만을 사랑해!"라고 소리치는 부분을 보라. '순진무구함'이란 미스테리를 사랑이라는 이름의 결심으로 승화하고자 하는 태도를 뜻한다. 언젠가부터 한국의 대중 가요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의 하나가 바로 지퍼의 곡이 보여주는 순박함이다. 2010년대를 지나.. 2019. 6. 22.
친밀함, 내재성, 생태학, 정동, 삶 미국의 문학 연구 영역에서 근래 가장 주목 받는 단어의 하나는 '친밀함'(intimacy)다. 이는 철학적 개념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개념의 층위를 건너뛰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는 철학적 배경이 분명히 있다. '내재성'(immanence)이 그것이다. 20세기 말 철학 영역으로부터 불어온 들뢰즈 바람을 떠올려보라. 그를 21세기적으로 수용한 문학 연구 판본이 '친밀감'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들뢰즈의 흔적을 더듬는 것은 전혀 요점이 아니다. 사실 근래 미국 문학 연구계의 특징은 신진 연구자들이 20세기 후반 불어온 프랑스 철학을 이제는 그들 자신의 것으로 수용한 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예컨대, 들뢰즈는 여전히 미국 문학 연구 영역에서 중.. 2019. 3. 17.
공중도둑, 윌리엄 모리스, 장르, 유토피아 아래 공중도둑의 [무너지기]를 문학 작품에 빗대어 말해보자면 어떤 것에 가장 가까울까? 윌리엄 모리스의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이 어울리지 싶다. 혁명 후 모든 모순이 해소되어 사라진 유토피아적 세계의 모습을 담아내는, 사회주의자의, '소설'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종종 이른바 '공상과학'(science fiction)의 시초로 분류되기도 하는, 작품 말이다. 그러한 이유로 해당 작품은 백일몽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화자는 친구가 꿈에서 본 미래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해주고 있을 뿐이다. 화자가 처한 시공간에 바로 그 미래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슷한 맥락에서 공중도둑의 아래 앨범은 마치 장르가 없는 음악 같이 들린다. 아래 음악에서 어떤 삶 혹은 시공간에 뿌.. 2019. 1. 22.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미세 플라스틱, 그리고, 가짜 정치 오늘날 과학은 철학과 달리 '존재'라는 말 대신 '물질'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달리 말하면, 과학은 현상을 물질간의 상호작용으로 환원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예컨대,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었기 때문이다. 즉, 사랑은 더 이상 형이상학적 존재의 경험이 아니다. 거꾸로 그러한 경험은 당신의 유전자가 눈 앞의 사람과 섹스를 하여 자손이라는 형태의 DNA를 남겨 자기 복제를 달성하기 위해 택한 책략의 결과일 뿐이다. 여기서 이제 일말의 정신적 층위가 포함되었던 행복감은 섹스가 주는 물리적 쾌락과 구분되지 않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이제 플라톤적 사랑은 순전한 에로스적 사랑으로 완전히 대체된다. 그러나 '에로스'라는 신화적 은유는 이미 부적절하다. 만약 과학적 사.. 2019. 1. 16.
유기견 혹은 반려견을 사랑하는 남자: 콜드, 크러쉬 그리고 기타등등 아래 오프온오프(Offonoff) 혹은 콜드(Colde), 크러쉬(Crush) 등의 영상에서 근래 가장 트랜디한 유형의 남성성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지 싶다. 먼 옛날 '마초'라 불리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여자'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의무'라 여겼다. 오늘날 그러한 방법은 낡았다. 역효과만 낳을 것이다. 여성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피고 싶도록 만드는 게 더 쉬운 방법이지 않은가? 말하자면, 무척 달콤해서 보고만 있어도 '내 애인 삼고 싶다'는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새로운 남성이다. 그들은 랩도 한다. 한때 랩을 한다는 사실은 욕설을 하는 거친 남자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아래서 랩은 R&B적 달콤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에 다름 아니다... 2019. 1. 13.
설(Surl)과 새소년: 1990년대 얼트 록의 귀환 근래 등장한 신인 록 밴드들을 찾아보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최근 1990년대식 얼트 록이 되돌아오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아래 설이라는 팀을 보라. 곡의 정서나 곡의 전개 방식 등이 그 시절 그 음악 그대로다. 예컨대, 90년대 후반 팝음악화되어가던 때의 얼트 록에 노이즈 록이 덧붙여진 형태다. 거기에 블루지한 기타 연주력을 하나 더 더하면 설이란 밴드의 밑그림이 나온다. 때론 험(Hum)이 떠오르기도 하고 때론 콜드플레이(Coldplay)가 떠오르기도 하고 기타등등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래 "Like Feathers"의 뮤직 비디오는 어떤가? 뮤직 비디오 속 아이들의 차림새를 보라. 특히나 이들이 아이폰 대신 소니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점을 보라. 이들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여다보며 각자 .. 2019.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