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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 x BMX Bandits, "Do You Really Love Me?"

by spiral 2021. 5. 7.

2000년대 중반 한국 인디씬의 한 가지 분위기를 가늠케 해주는 곡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대에는 가장 달콤한 팝 음악이 의외로 인디씬에서 발견되었다는 데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래 음악에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기에 모자란 점이라고는 없다. 음울한 정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정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시 기준으로 완성도 면에서도 전혀 아마추어적이지 않았다. 차트에서 1등을 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곡이 아니라는 점을 빼면 사실 메인스트림 가요계에서 들려오는 곡들보다 훨씬 더 팝적으로 참신하고 흥미로운 것이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인디 음악이 지니고 있었던 특징이었다. 말하자면, 인디 음악은 메인스트림보다 앞서 나가는 음악이었지 딱히 골방에 갇힌 이상한 아이들이 하는 음악이 아니었다. 예컨대, 아래 연진의 경우에서 보듯, 2005-6년 기준으로 '무려' 영국 음악가와 '콜라보'를 할 자격을 지닌 것은 인디 음악가였지 그 어떤 촌스러운 메인스트림 가수가 아니었다. 특히나 이는 '네가 여기 없구나'풍 발라드 곡이 유구하게 지켜온, 어딘지 모르게 엄마 잃은 둘리나 고아가 된 후 그저 달리고 또 달리는 하니가 지니고 있을 법한, 어딘지 과거에 발목 잡힌 듯한 정서와 대조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그러나 인디 음악의 뽀송뽀송한 참신함은 곧 끝나게 된다. 2008년경 장기하의 등장이 그 한 예다. 장기하의 성공과 함께 대중 사이에서 인디 음악은 싸구려 자판기 커피 이야기를 타령조로 질겅질겅 씹으며 내어놓는 음악인 듯이 여겨지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인디 음악이 구질구질한 현실을 노래하는 패배자의 음악인 듯이 여겨지게 되는 현상은 거꾸로 메인스트림 음악이 음악적 참신함을 독점하게 되는 시점과 일치한다. 2008년을 즈음하여 빅뱅을 앞세운 YG 소속 음악가들이 전자음을 동원하여 내놓을 수 최상의 팝-댄스 음악을 쏟아내게 되기 때문이다. 그후 2010년대 대중음악계에서는 기획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팝음악 엘리트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그와 함께 인디 음악은 기술력을 지니지 못한 동네 구멍가게 음악과 같이 여겨지게 된다. 말할 것도 없이, 인디 음악과 주류 음악의 분화는 한국 사회에서 빈부 격차가 커져가는 현상을 반영한다. 개발도상국과 같은 곳에서 엘리트주의는 때로 사회를 발전시키는 효과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엘리트주의가 특정 세력이 한 사회에서 오랜 시간 지배층으로 복무하도록 만드는 동력으로 복무하게 될 때 엘리트주의는 고인물과 같이 되어 더 이상 그 어떤 혁신도 이루어내지 못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썩는다. 대중음악계로 치자면, 2019년 YG 버닝썬 게이트가 좋은 예다. 그것이 YG가 대중음악계를 10년 동안 지배한 결과였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음악에 있어서도 참신함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때 발생한다. 새로움을 발굴하고자 하는 사람이 생태계 다양성을 보존하고자 촉각을 곤두세워야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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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Our Smile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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