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다. 원곡보다 아래 믹스에 더 애착을 느낀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 보컬은 그 어떤 고저도 없이 속삭이는 반면 전자오락실풍 배경음이 더 들떠있는 모습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러나 숨기고 싶기도 한, 감정들이, 입을 거치지 않은 채, 온몸을 통해 폭죽이 터지듯 삐져나오듯이 말이다. 연애란 10대 시절 전자오락를 하던 아이들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오락실에서 화면에 정신이 팔린 채 스틱을 휘두르고 버튼을 두드리던 몸짓을 생각해보라. 그 몸짓은 옆에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마구잡이로 움직인다. 의식이 통제할 수 없는 흥분된 몸이란 바로 그러한 몸을 뜻한다.) 여기서 1990년대풍 이별 후 폭풍과 같이 찾아오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진지하게 노래하는 자아는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사랑은 연애의 환희를 담아내는 곡으로 재정의된다. 마찬가지로 사랑 노래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가사가 아니라 소리 자체다. 애절함이 없기에 사랑 노래의 가사는 더 이상 발라드 가창력을 지닌 위대한 목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랑은 일상의 행복을 뜻한다. 사랑은 둘이 함께 나눈 소소한 순간들의 사진을 바라보는 일과 같다. 그러한 일은 그 어떤 애절한 가창력 없이 속삭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달콤한 속삭임이 2000년대 중반 허밍어반스테레오가 세련됨의 대명사로 통용되며 새로운 시대를 개척했던 방식이다. 여기서 2000년대 중반 허밍어반스테레오의 최대 경쟁자가 진정 누구였는지가 뒤늦게 드러난다. 여럿 있겠지만 말할 것도 없이 그 중 하나는 성시경이다. "니가 없는 거리에는 내가 할 일이 없어서 마냥 걷다 걷다보면 추억을 가끔 마주치지. 떠오르는 너의 모습 내 살아나는 그리움 한 번에 참 잊기 힘든 사람이란 걸 또 한 번 느껴지는 하루"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그의 2006년 히트곡 "거리에서"를 떠올려보라. 그는 1980-90년대로부터 유구하게 내려온 발라드 왕위를 계승한 왕족임에 분명하다. 그에게 사랑은 '네가 여기 없다'로 정의된다. 반면 허밍어반스테레오에게서 사랑은 '네가 여기 있다'로 정의된다. 아래 허밍어반스테레오의 음악은 발라드 왕족 성시경의 목에 칼을 꼽는 곡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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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Lov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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