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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élix Mendelssohn, "Variations sérieuse"

by spiral 2023. 12. 30.

거듭제곱 연산에서 직관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수가 몇개 있다. 예를 들어, 1의 0승, 0의 0승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의외로 0의 1승은 쉽게 생각해낼 수 있다. 0이 하나 있다는 뜻이니 0일 것이다. 0은 100개 있어도 0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자연수를 이용한 연산과 별로 다르지 않게 보인다. 그러나 이는 0의 0승으로 가면 이야기가 좀 이상해진다. 답은 1이다. 문제는 '어째서?'다. 0이 하나 일때 0이었는데, 어떻게 0이 하나도 없다는 데 거꾸로 1이 나오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거듭제곱 연산의 전제가 무엇인지 보아야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거듭제곱은 실수 체계에서 0이 차지하는 위상, 즉 1과 -1이 서로 상쇄되어 생기는 중립 지대로서 0을 고려하지 않는다. 거듭제곱에서 0은 하나의 독립적인 수일 뿐이다. 무엇인가의 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가 있는데 값이 0이라는 뜻이다. 즉 0의 1승은 0이라는 숫자가 1개 있다는 것이다. 0의 10승은 0이라는 숫자가 10개 있다는 뜻이다. 다만 0은 1개든 10개이든 결국 0일 뿐이라는 게 다른 수와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왜 0의 0승은 1일까? 내가 이해하기에 여기서 말하는 0승은 거듭제곱 연산에서 지수에 의해 그 어떤 연산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주어져 있는 기본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과 같다. 즉 0승은 거듭제곱 연산 논리 내에서 아무런 연산도 하지 않을 때 남겨지는 수가 무엇이냐는 뜻과 같다. 그런 이유로 밑이 무엇이 되느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밑이 0이든 1이든 100이든 지수가 0이면 아무런 연산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과 같고 그때 거듭제곱 연산식은 그 자신의 마지막 근거가 되는 수만을 지닐 뿐이다. 그 마지막 근거가 1이기 때문에 0의 0승도, 1의 0승도, 2의 0승도 모두 1일 뿐인 것이다. 즉, 모든 거듭제곱은 x1을 숨기고 있다. 괄호 속에 담긴 x1이 모든 거듭제곱 연산에 포함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1일까? 내 추론은 이렇다: 거듭제곱의 바탕은 곱셉 연산이다. 문제는 곱셉 연산의 밑바탕에 0이 있다고 가정을 해버리면, 즉, x0이 어떤 곱셉 연산이든 따라붙는다고 하면, 모든 연산의 값이 0이 되고말 것이란 데 있다. 즉, 사실상 그 어떤 의미있는 값도 산출할 수가 없다. x1이 기본 바탕으로 깔려야 곱셉 연산이 수를 특정해낼 수 있게 된다. 거꾸로 말하면 거듭제곱 연산에서 0승의 값은 거듭제곱 연산의 논리적 전제를 보여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는 거듭제곱이 특정한 규칙 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 혹은 약속되었다는 뜻과 같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이는 내 추론일 뿐이다. 그저 상식적으로 생각해본 결과일 뿐이다. 각설하고, 여기 오시는 분들께, 연말연시 잘 보내시기 바란다는 말씀 드립니다. (피타고라스적 의미에서?) 건조한 수학의 짝궁은 음악이 되어야하니 여기 멘델스존의 변주곡 하나 첨부합니다. 들으면서 수학적 스트레스를 해소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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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Yves Thibaudet,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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