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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 of the Beehive, [Entertainment, Death]

by spiral 2021. 4. 15.

참신하고 실험적인, 그리하여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은, 그러나 동시에 그렇기에 그 어떤 친숙한 것들보다 즐길 만한, 음악을 좋아한다면 들어볼 만한 앨범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티비 채널 돌리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음악이라 하던데, 깨나 그럴싸한 묘사다. 실험적이지만, 내향적인 측면 또한 없지 않다. 실험적이라 했지만 인공적인 의미의 미래지향적 느낌이 아니라 이상한 노스텔지아가 있다는 뜻이다. 앨범의 도입부는 바쁘게 채널을 돌리는 것 같지만, 티비를 볼 때 그러하듯, 결국은 어느 한 채널에 머물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래 앨범의 다소 혼란스러운 도입부를 거치고 나면 향수 어린 감수성과 만나게 되는 듯한 지점들이 있다. 알고 봤더니 내가 보고 있던 티비가 1980-90년대 티비였던 것 같은 느낌 말이다. 물론, 명상용 음악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음악을 듣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면을 지닌 앨범이라 할 만하다. 티비를 누가 명상을 하기 위해 보던가? 티비는 재미를 위한 것이다. 아래 스피릿오브더비하이브의 음악이 재미를 선사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다. 상업풍 싸구려 티비 프로그램들 사이 사이를 스쳐지나가며 떠오르는 추억들,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앨범이다. 유튜브를 통해 1980-90년대 티비 광고를 다시 만날 때 느끼게 되는 아련한 기억과 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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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Death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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