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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ing Points / P. Sanders / LSO, [Promises]

by spiral 2021. 3. 29.

새로 나오는 음악을 내것과 같이 몰입하여 듣기는 쉽지 않다. 음악을 듣는 데 있어 관성과 판단이 생겨서다. 난 이 현상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느낀다. 기타 단 한 소절에도 전율할 수 있었던 시절이 내게서 지나갔다는 것은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려오는 모든 소리에 그저 홀려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세상만사 모든 현상이 그 자체로 다 옳다고 느끼는 것 또한 부조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음악은 고민과 고뇌의 산물인 반면, 어떤 음악은 한철 장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깊은 고민이 들어간 음악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여겨 지하에 묻어버리는 것이 비극이라면, 한철 장사용 음악을 세기의 명작과 같이 떠받드는 것은 희극이라고 할까.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악에 홀려 있어서는 안된다. 음악 감상은 지적 작용을 포괄해야한다. 그러나 이는 감정의 말살과 같은 것을 뜻하지 않는다. 지적 작용 이후에도 살아남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순수한 의미의 감정은 지성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을 관철시킨다. 조지 엘리엇식으로 말해보자면, 에너지의 정제(refinement)가 곧 감정이다. 음악이 제시하고자 하는 감정은 바로 이 순수 에너지로서의 신체의 단계에까지 이를 수 있어야한다. 지적으로 정제된 감정의 단계에 이른 음악은 완전한 몰입을 선사한다. 플로팅 포인츠와 패로오 샌더스 및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 아래 음반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음악이지만, 또한 상대적으로 최근 알게 된 음악가지만, 완벽히 몰입하여 들을 수 있다. 듣고 있으면 온몸의 감각을 채워주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지구에서의 삶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최근 들어본 음악가 중에서는 단연 플로팅 포인츠에 가장 눈길이 갔던 터였다. 패로오 샌더스야 존 콜트레인과 함께 했을 정도로 색소폰 분야에서는 워낙 오래된 거장이니 둘의 만남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덤이다. 개인적으로 2021년의 앨범 중 하나로 기억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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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ise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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