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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별, "진정한 사랑이 우리를 부를 때"

by spiral 2012. 2. 5.

[월간벰파이어 3권: 갑판 위에 엎드린 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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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교육의 최종 성과는 결코 끝나지 않을 듯 보이던 모범적이면서 반항적인 과정이 지난 후에야 발견된다. 다시 말해 그것은 모든 과정을 끝낸 피교육자가 자기 안의 감정을 주어진 것으로서 받아들여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모습 속에 자리한다. 이 때문에 주입식 교육을 철폐하려는 이들은 결코 직설적으로 사랑을 소리 높혀 노래하지 않는다. 변조되었으나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한 음성에 담긴 불길한 가사가 사랑에 빠진 자의 맥박처럼 숨가쁘게 오르내리는 음향에 일정하게 현실을 도입한다. 오늘날 사랑 노래는 음향 속에서 훨씬 더 내밀하다. 하지만 그 또한 꿈을 깨우는 언어적 현실이 없이는 감정으로 경험되지 않는 한계 내에 있다. 반복적인 음 속에서 짧게 끊기는 리듬이 현실과 꿈을 원환적으로 꿰고 있는 가사에 운율을 부여하며 하나의 응축된 기억으로 청자를 몰아간다. 이는 범죄 수사 과정에서 최면을 통해 범죄자의 생김새를 기억하도록 하는 '법 최면'의 작용에 휩쓸리는 것과 같다. 최면에서 풀려나면 완전한 각성이 이루어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며 최면에서 막 빠져나온 (범죄 현장을 목격한) 그는 현실과 과거 사이의 간극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법 최면 중에 나온 진술은, 몽타주에 있어 실제 인물 모습과의 높은 일치률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 논란 속으로 빠져든다.) 그가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 중간 지점에 놓이며 진한 경험을 하고 난 후 몸에 아직 남아있는 감각에 시달리듯 이 곡은 '진실한 사랑이 부르는' 장소로 청자를 데려다 놓은 후 사법적 근거로부터 한동안 우리를 버려둔다. 이 곡에서 가사와 음향은 서로 얽혀 두번째 자연을 이룬다. 청자는 덩어리진 감상이 잘게 나뉘는 과정과 맞물리며 곡이 제공하는 세계 안으로 몰입하게 되지만 그것은 여전히 범죄 현장의 불길함과 함께 한다. 모임 별이 제공하는 낭만은 우리의 감상이 정규 교과적이지 않게 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잘못된 장소에 놓여진 사랑 노래, 침실에서 섹스를 하고 있다고 믿었던 우리의 행위가 길 한가운데에서 드러나는 것과 같은, 장소를 잃어버린 낭만이다. 8년이 지난 곡을 현재 흐르는 시간 속에서 듣는 시간 여행이 가능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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