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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를 닮은 드레스'

by spiral 2022. 2. 23.

찰스 디킨스가 그려내는 매력적인 인물은 흥미롭게도 대부분 조연들이다. 주연이라고 해도 그가 그려내는 인물은 19세기 사실주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비주류 조연과 깊은 연관을 지닌다. [리틀도릿]의 에이미가 대표적이다. 에이미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에이미 자신이 지닌 내면성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옆을 지키는 메기다. 아래 메기에 대한 묘사를 보라. 마음 아플 정도로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동화적이다. 에이미는 그런 메기와 늘 함께한다. 이는 샬롯 브론테가 그려내는 주인공이 지닌 독립적 성질과 정반대다. 브론테의 경우 주인공이 지닌 주관성을 인물의 핵심 요소라 여기기 때문이다. 디킨스는 여기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 디킨즈의 인물들이 사랑스러운 이유가 이로부터 나온다. 브론테가 그려내는 인물들의 날카로움을 생각해보라. 온통 신경이 곤두서있다. 반면 디킨스의 인물들은 길거리 범죄자형 인물은 있을지언정 인물 내면의 악을 다루지는 않는다. 브론테가 디킨스의 여주인공 인물 묘사에 대해 불만을 표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잠시 디킨스의 언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나무위키]에서 디킨스를 검색을 하면 디킨스의 언어가 지닌 특성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놀랍게도 디킨스가 학교에서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 비문과 난잡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난 이 설명을 보면서 [나무위키]는 역시 가십 혹은 농담으로 여기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 디킨스가 비문을 사용한다면 그건 디킨스가 배우지 못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배우지 못한 인물들을 사실 그대로 옮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블리크하우스]에 나오는 조라는 인물이 사용하는 언어가 대표적이다. 그의 언어는 당대의 배우지 못한 노동자 소년의 비논리적 언어를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디킨스의 언어는 아래에서 보듯 그 어떤 대문호의 언어 못지 않게 사물과 인물의 핵심을 꿰뚫어보고 있다. 이런 언어를 구사하는 자를 보고 정식으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는 사족을 붙이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무지한 행위다. 또한 '엘리엇에 비해'라는 말 또한 대단히 문제적이다. 이 말은 엘리엇 또한 비문을 사용하나 디킨스보다는 낫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비문을 사용한다는 뉘앙스라니 대체 이 무슨 모욕적인 말이란 말인가. 기본적으로 정확한 언어 사용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이 작성한 문장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식이라면 그 위대하다는 셰익스피어가 사용한 16세기 영어가 지닌 '난삽함'에 대해서 동일한 말을 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무위키]는 정보의 엔터테인먼트화 속에서 정보가 어떻게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 인상의 층위로 물러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 아래 번역은 내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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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는 28살 정도였다. 뼈가 굵었고, 이목구비도 확실했다. 발도, 손도 모두 컸다. 큰 눈을 지녔고, 머리카락은 없었다. 그녀의 큰 눈은 투명했고, 색조도 거의 없었다. 빛에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가만히 정지해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경청하는 표정이 있었다. 장님의 얼굴에서 발견되는 그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메기는 봉사는 아니었다. 한쪽 눈이 아직 역할을 잘 했다. 그녀의 얼굴은 그렇게 못생긴 건 아니었다. 비록 미소가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마음씨 좋은 미소였고, 그 자체로 상냥한 미소였다. 그러나 항상 그 자리에서 미소를 짓고 있어서 마음을 아프게 했다. 큰 흰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알아보기 힘든 장식이 치렁치렁 흔들거리며 많이도 달려있었다. 머리카락이 없는 메기의 머리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모자 때문에 메기의 낡고 검은 보닛이 그녀의 머리 위에 고정되어 있기가 힘들었다. 그녀의 보닛은 집시의 아기처럼 그녀의 목에 매달려있었다. 의류점에서 바느질하는 직원들이 여럿 모여 회의를 해야 메기의 별볼일 없는 드레스의 나머지 부분이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지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드레스가 해초를 많이 닮아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여기 저기 거대한 홍차잎이 달려었었다. 어깨에 걸쳐진 메기의 숄은 특히나 홍차잎, 그것도 많이 우려내고 난 후의 홍차잎 같았다.

She was about eight-and-twenty, with large bones, large features, large feet and hands, large eyes, and no hair. Her large eyes were limpid and almost colorless; they seemed to be very little affected by light, and to stand unnaturally still. there was also that attentive listening expression in her face, which is seen in the faces of the blind; but she was not blind, having one tolerably serviceabl eye. her face was not exceedingly ugly, though it was only redeemed from beng so by a smile; a good-humoured smile, and pleasant in tiself, but rendered pitiable by being constantly there. a great white cap, with a quantity of oopaque frilling that was always flapping about, apologised for Maggy's baldness; and made it so very difficult for her old balck bonnet to retain its place upon her head, that it held on round her neck like a gipsy's babdy. A commission of Haberdashers could alone have reported what the rest of her poor dress was made of; but it had a strong general resemblance to sea-weed, with here and there a gigantic tea-leaf. her shawl looked particularly like a tea-leaf, after long infusion. (109)

Charles Dickens, Little Dor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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