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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by spiral 2021. 3. 23.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Y. B. Yeats)의 "재림"(The Second Coming)이라는 시의 첫번째 연이다. 1919년에 쓰여졌다. 20세기 초반 유럽의 지성사적 분위기가 어떠한 것이었는지 가늠하게 해주는 시다. 세계 1차 대전이 터지고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던 시절이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19세기에 만연했던 과학적 진보에 기반한 사회 개선 따위의 꿈들이 전부 헛된 꿈과 같이 무너지고 있었다. 19세기식 유럽 문명 자체가 사망선고를 받고 있었다. 이 암울함이 20세기 초 유럽 모더니즘의 한 가지 바탕이다. 서구의 문명은 이미 이때 한계에 봉착했었다. 적어도 문학가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정치-사회-경제적으로는 팽창을 계속했다. 전세계가 서구식 삶을 표준으로 삼게 될 정도로 말이다. 그 결과 21세기에는 동일한 위기가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에서 찾아오게 되었다는 게 20세기 초반과 21세기의 차이일 것이다.

Turning and turning in the widening gyre
The falcon cannot here the falconer;
Things fall apart; the centre cannot hold;
Mere anarchy is loosened upon the world,
The blood-dimmed tide is loosed, and everywhere
The ceremony of innocence is drowned;
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
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
돌고 돌며 소용돌이는 점점 넓어진다.
매는 매를 부리는 사람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세계는 산산히 부서져내린다. 중심은 버티지 못한다.
세계에 무정부 상태가 만연하다.
핏빛으로 어둑해진 조류가 퍼져나가고, 모든 곳에서
순수함의 의례가 수몰되어 익사한다.
최고의 것들은 모든 신념을 잃어버렸다, 반면 최악의 것들은
강렬한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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