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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l.org, "비단길"

by spiral 2018. 8. 20.

마치 암 환자와 같이 죽을 운명의 육신을 자각한 채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언젠가 난 내 삶에서 음악을 빼앗겼다. 소리의 영역을 외국어가 차지하게 되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음악을 잃는 것은 청각을 잃는 것과 같다. 삶에서 음악이 사라질 때, 그리하여 그 어떤 의미도 귓가에 들려오지 않게 될 때, 신체는 빛을 잃고 천천히 부패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청년기의 끝이다. 삶에서 예술이 사라지는 순간 젊음이 끝난다. 그러다 한국의 풍경이 미국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시각마저 빼앗겨 장님이 된 듯 느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거울 속에서 갑작스럽게 백 살 먹은 낯선 육체를 가진 모습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불치병 환자는 다시 한번 더 예전의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렇게 다시 한번 더 꿈을 꿀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나 또한 그렇다. 내 육신이 재생되기를 그리하여 내 정신이 깨어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여기 이 음악은 육신이 꿈을 꾸는 소리를 담고 있다. 음악은 우리의 몸이 썩지 않도록 보존하는 우리 자신의 영혼이다. 만약 최근 당신이 삶에 치인 나머지 음악을 듣지 않게 되었다면 그것은 당신이 더 이상 영혼과 함께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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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Store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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