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

Arooj Aftab, "Aey Hehin"

by spiral 2024. 6. 9.

근래 난 긴장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밀도 높은 글, 긴장감이 높은 글이 써진다.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대략 지난 20년간 그런 상태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다. 몸에 부담이 가해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거엔 교감신경 항진 상태를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커피를 활용했다. 그러나 카페인으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게 되면 미네랄과 비타민을 크게 소모하게 되어 문제를 일으킨다. 교감신경을 항진 시키는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면 자율신경계가 긴장하게 된다. 그러면 호르몬 균형도 깨진다. 잠을 잘 수 없게 된다. 마치 커피를 많이 마신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밤 12시에 자리에 누웠지만 아침이 될 때까지 뒤척이며 잠을 못잤다. 그후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져서 하루 종일 우울증에 시달렸다. 물론, 심각하지는 않은, 견딜 만한 미약한 우울증이었다.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음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출퇴근 시간 서울의 지하철은 정글과 같다. 과거 어떻게 이런 조건 속에서 살았었는지 믿겨지지가 않는다. 서울 중심부에 가면 직업적 선동가 아주머니들이 매일 같이 마이크를 써가며 듣고 있기 힘든 극우적 주장을 마치 자신들이 소수자라도 된 것처럼 교묘하게 비판이론의 외피를 입혀 던진다. 이들을 볼 때면 비판이론의 시대가 이미 예전에 끝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 점에 있어 라투르는 틀리지 않았다. 그는 일찍이 "어째서 비판은 김이 빠져버렸는가?"라는 글로 정곡을 찌른바 있지 않았던가. 비판이론의 외피를 한 극우적 주장이 귀를 통해 들려와 내 뉴런들을 자극하게 되면 긴장 상태에 빠져드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너무도 불쾌한 경험이다. 이 모든 소음이 견딜 수 없어 요즘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안 귀마개를 하고 다닌다. 그제서야 조금 살 것 같다고 여긴다. 사실 사람들은 대부분 귀마개를 하고 다닌다. 이어폰을 끼고 있다. 사람들이 서울의 길거리 소음을 참아낼 수 있는 이유는 이어폰으로 유튜브 등을 보며 다른 세상으로 도피했기 때문이다. 난 근래 더 이상 길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대신 귀마개를 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멜라토닌을 먹는다. 잠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가버리고 싶다고 느낀다. [내 휴식과 치유의 해]에 나오는 주인공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교감신경이 항진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

Night Reign (20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