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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ado Negro, "Colores Del Mar"

by spiral 2024. 6. 15.

사실 종종 난 수업 시작 전 강의실에 음악을 틀어놓고 싶다고 느낀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음악이 강의실에 퍼져나가는 건 마치 탈옥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강의실은 종종 감옥과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감옥을 전혀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것은 내 강의이고 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나의 말이 그들의 마음에 닿아서 그들을 움직이게 될 때 비로소 강의실은 감옥이 아니게 된다. 오직 그때에만 시체들에 영혼이 불어넣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언어가 영감이 되는 순간이 없다면 강의실은 끔찍한 곳일 뿐이다.) 음악은 주어진 현실을 변혁하는 혁명적 순간과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고른 음악이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을 바꾸는 힘은 오직 그 힘을 믿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음악은 순순한 주관의 영역을 뜻한다. 그것은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래서 음악이 멈추는 순간 그 세상은 사라져버리고 없다. 영화와 음악을 비교해보자. 내러티브에 종속된 영화나 소설에 비해 음악은 완전히 개념화되지 않은 감각의 덩어리와 같다. 내러티브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지속한다. 시중종의 개념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은 음악이 꺼지는 순간 사라진다. 구조 이전의 감정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악보란 게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개념이 된 음악은 이미 음악이 아니다. 물론 음악에도 시중종의 구조가 있는 것들이 있다.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음악은 그런 것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으로 분화되기 이전의 순수한, 지시대상 없는 경험의 세계, 그것이 내게 음악이 뜻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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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o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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