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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S, "Mouth Guards of the Apocalypse"

by spiral 2023. 1. 4.

난 캐나다라는 나라를 브로큰 소셜 씬이라는 밴드를 통해 기억한다. (동일한 방식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BTS를 통해 기억할 것이다.) 사실 난 캐나다라는 나라를 가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10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긴 하다. 그러나 갈 계획도 없고, 별로 가고 싶지도 않다. 캐나다 기업의 물건을 써본 기억도 없다. (다시 생각해보니 하나 있긴 하다. 캐나다구스. 코요테 털인가 뭔가가 얼굴에 닿는 느낌이 좋은 물건이다.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미국의 겨울을 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얼마 전에도 낮 최고 기온이 영하 20도에 머무는 추위가 한번 휩쓸고 지나갔더랬다. 물론 난 코요테 털을 얼굴에 두르고 밖에 나가지 않았다. 구스니 코요테니 하는 것들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야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집안에서도 밤에 자면서 얼굴이 시려울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않은가?) 캐나다 영화나 소설을 본 기억도 없다. 봤어도 알지 못하고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기억나는 인물이라고는 문학 비평가 노스롭 프라이 정도다. 훌륭한 비평가다. 그의 [비평의 해부]라는 책은 여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아직 문학비평이 '위대했던' 20세기 초중반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그 외에는 록밴드 정도가 아는 것의 전부다. 하나는 브로큰 소셜 씬이고 다른 하나는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다. 둘 밖에 모르지만 둘 다 훌륭한 밴드다. 개인적 애정으로 치자면 브로큰 소셜 씬 쪽에 더 마음이 가긴 하지만 말이다. 2002년 [유 포갓 잇 인 피플]을 통해 만난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들을 만한 음악을 생산해내고 있다. 아래 "마우스 가즈"는 5년 전 나온 곡이지만 2001년 데뷔한 밴드가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음악적 촉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2000년대 실험적이지만 팝적 감수성을 잊지 않았던 영미권 인디록의 시대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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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of Thund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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