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스 짐머의 OST는 음악적이기보다 음향효과에 더 가깝다. 내가 최근 그의 작업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 어떤 음악보다 들을 만하다. 내 관심사는 인간 심리의 음악적 형성 이전에 시공간의 형태로 작동하는 소리를 고찰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새로운 시공간 자체를 창출해야한다. 물론 이는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예컨대, 칸트에게 있어 시공간은 이미 인간 직관의 형식을 이룬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존재와 사고가 인간의 형태로 상응하기 이전의 원초적 센세이션을 생각해볼 수 있기도 한 게 사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미 주어진 현실의 비근한 시공간 속에 머물며 한낱 특정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인간으로서 소박하게 노래나 부르는 형태의 음악은 흥미롭지 못하다. 이는 뉴턴의 고전 역학적 시공간에서 아인슈타인적 시공간으로의 이행에 준하는 관점을 변화를 요구한다. 뉴턴 역학에서 물체는 절대적 시공간을 사후적으로 점유하는 한 점에 불과하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역학에서 물질은 중력장을 휘게 만드는 시공간의 일부다. 인간은 시공간의 만곡으로부터만 출현할 수 있다. 동일하게 소리는 인간의 심리가 아니라 물질이 휘게 만드는 시공간의 만곡을 따라 흘러야한다. 고전적인 영화음악이 대부분 등장인물의 인간 심리를 묘사하게 위해 주제 멜로디 위주로 작곡되었다는 점을 기억해보라. 인간 심리 혹은 자아는 두려움에 대한 방어로서 형성된다. 반면 [듄]의 내러티브는 인간적 두려움이 극복될 때 탄생하는 '하나'(The One)를 그려내는 데 맞추어져있다. 영화에서 말하는 '구원자'(the One)는 특정한 인간 개인이 아니라 우주 전체의 밸런스가 드러나는 순간과 맞닿아있다. 이러한 과정을 묘사하는 데 있어 특정한 멜로디를 지닌 주제곡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주의 단위에서 만들어지는 무질서와 질서의 역학을 포착하기 위해서 음악은 소리의 층위로 물러나지 않으면 안된다. [듄]의 음악이 한낱 인간의 심리가 아니라 우주 자체의 분위기-대기(atmosphere)를 묘사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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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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