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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ls, "Susan's House"

by spiral 2022. 9. 18.

1996년경 아래 일즈의 "Susan's House"라는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어딘지 으스스하다고 느꼈다. 동시에 기묘하게 매력적이라 느꼈다. '아름다운 괴물'이라는 형용모순적인 앨범의 제목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곡의 하나다. 사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대조시키는 능력이 일즈 음악의 특징이다. "Rags to Rags"나 "Last Stop: This Town" 같은 곡의 들어보면 알겠지만 1990년대 그런지 록의 영향을 받은 디스토션 잔뜩 걸린 후렴구 리프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어떤 소리도 지르지 않는 게 일즈의 특징이다. '그런지 빼기 신경질적 반응'이라고나 할까. 소리를 지르기는커녕 너무도 차분하게 가사를 읊조린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멜로디를 배경으로 말이다.

그 자신이 그런지의 후예인 동시에 그런지의 히스테리를 스스로 다스리는 동력을 지닌 것이 일즈의 음악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일즈는 일말의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가사를 쓴다. 그는 감정을 날것으로 배설하는 프레드 더스트 같은 한낱 '양아치'가 아니다. 그러니 곡의 가사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자. 요점은 화자와 주변 인물들 사이에 그 어떤 친밀감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길거리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기괴한 모습으로 가득하다. 미친 할머니는 병을 던져서 깨고 있고, 15살 짜리 아이가 총에 맞아 쓰려져 있다. 의료진은 그의 인간적 품위 따위 개의치 않고 물건이나 되는 듯 발가벗긴 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시신 가방에 넣고 있다. 한 가게 안에는 시신 같은 형광등 불빛을 받은 나이든 커플이 보인다. 커플의 특징을 생각해보라. 커플은 그들 만이 아는 세상 속에 산다. 둘의 유착은 외부자가 보기에 배타적이다. 게다가 나이든 커플이다. 커플로 지낸 시간이 길 수 있다는 뜻이다.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내적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다. 화자가 보기에 그들은 그저 죽어가는 시신 같이 보일 뿐이다. 공원에 들어가니 알지도 못하는 아이가 대뜸 과자 좀 먹겠느냐고 묻는다. 과자를 받아 먹었다는 말은 없다. 쉽게 말해서 화자 입장에서 아이의 선의가 따뜻하게보다는 낯설게 느껴졌다는 뜻이다. 왜 나한테 과자를 주지?라는 의문이 보편적 인간 유대보다 더 크게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화자가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눈 앞에 보이는 한 소녀가 17살 이상은 아닐 것이라 추정하고, 그 소녀가 끄는 유모차의 아이가 그녀의 동생일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막대 아이스크림을 빨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묘사하는 화자의 언어는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기괴하다. 마치 17살 소녀가 끄는 유모차 속 아기가 혹시 소녀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러한 확신의 뒷편에 은밀히 흐르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모차 속 아이가 소녀의 동생일 것이라 그토록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  그러한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친밀한 세계가 바로 '수잔네'다. 화자에게 '수잔네'는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세계에 대비된 유토피아와 같다. 인간적 유대와 이해가 있는 곳 말이다. 물론 '수잔'은 화자의 여자친구 이름이다. 자고로 '여자친구'는 '구원자' 혹자 '뮤즈'인 셈이다. 이것이 20세기 말 한 평범한 미국인이 미국 사회를 경험하고 살아가던 방식이다.

* 아래 번역은 내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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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네로 가는 길이야, 벡스터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가고 있어, 말뚝 울타리 뒤에는 아무 것도 없어. 도보쪽을 보니 병을 던져서 깨는 미친 할머니가 있네. 2년 전에 할머니네가 불에 타서 사라진 곳이야. 옛날에는 할머니가 그렇게까지 미치지는 않았었다고들 하더라고. 수잔네 로 가는 길, 수잔네 가는 길, 수잔이 모든 걸 해결해줄거야. 왕자 도넛 가게 옆 길에 15살 짜리 소년이 보도에 누워있어. 이마에 총알이 박힌 채 말이야. 의료진이 수치스럽게도 마지막으로 그 아이의 옷을 다 벗기고 있어. 시신 가방에 아이를 넣으며 온 세상이 다 볼 수 있도록 말이야. 여왕벌이라는 가게 안에서는 나이든 커플이 보이는데 병든 형광등 불빛이 그들의 피부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어. 수잔네 가는 길, 오늘발 혼자 있을 순 없어. 왼쪽으로 돌아서 생태 공원을 따라 걷고 있어, 아이 하나가 묻길 과자 좀 먹고 싶으냐고 하더라고, 텔레비전 여러대가 베이와치란 영화를 창문에 쏟아내더니 검은색으로 변하네, 17살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되는 긴 갈색 머리칼을 지닌 소녀가 걸어오고 있어, 빨간 막대 아이스크림을 빨고 있어, 핑크색 유모차에 여자 아기를 싣고 밀면서, 내 생각에, 저 아이는 저 소녀의 동생인 게 분명해, 동생인 게 틀림 없어, 그렇지 않아? 그들은 세븐일레븐으로 들어가고, 난 계속 걷고 있어. 수잔네로 가는 길이야, 수잔네 가는 길.

Going over to Susan's house, walking south down Baxter Street / Nothing hiding behid this picket fence / There's a crazy old woman smashing bottles on the sidewalk / Where her house burnt down two years ago / People say that back then she really wasn't that crazy / Going over to Susan's house / Going over to Susan's house / She's gonna make it right / down by the Donut Prince a fifteen year old boy lies on the sidewalk / With a bullet in his forehead / In a final act of indignity the paramedics take off all his clothes / For the whole world to see while they put him in the bag / Meanwhile and old couple argues inside the Queen Bee / The sick fluorescen light shimmering on their skin / Going over to Susan's house / Going over to Susan's house / I can't be alone tonight / Take a left down echo park, a kid asks do I want some crack / T.V. sets are speweing Baywatch through the windows into black / Here comes a girl with long brown hair who can't be more than seventeen / She sucks on a red Popsicle while she pushes a baby girl in a pink carriage / And I'm thinking, that must be her sister / That must be her sister, right? / They go into 7-11 and I keep walking / Going over to Susan's house / Going over to Susan's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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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Freak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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