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새끼들이 귀여운 이유를 생존전략의 일종으로 설명한다. 귀엽지 않으면 누가 그들의 칭얼거림을 받아줄 것이란 말인가? 생각해보라. 새끼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사실 100% 남에게 의지해야하는 상황은 대단히 위험하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명확해진다.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10가지 중 1-2가지는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도와줘야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를 노예로 만드는 것과 같은 상황의 끔찍함에 도망을 가고 싶을 것이다. 100% 남에게 의지하려고 하면 역할에 따른 도우미가 10명은 있어야할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내 의지에 복종하는 팔과 다리를 지닌 사람은 그 자신의 노예를 신체라는 이름으로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새끼들은 자신의 몸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속된 말로 먹고 싸는 것 이외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옆에 누군가가 없으면 그들은 죽는다. 새끼들은 노예가 되어 자신을 주인님으로 모실 사람--흔히 '부모'라 불린다--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새끼들은 어떻게 이 거대한 위기를 극복할 것이란 말인가? 겉보기라도 몹시 귀여워서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면 돌봄의 고통이 경감될 것이다. 귀여움은 노예와 같은 노동에 대한 시각적 보상과 같다. 사실 인간은 어른이 되어서도 동일한 전략을 사용한다. 시각적 쾌락을 통해 모르는 사람을 유혹하고자 하는 경향을 생각해보라. 어째서 우리는 길거리에서 스쳐지나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관심을 갖게 되는가? 그 첫 시작은 시각적 유혹의 경험이다. 그리고 그 시각적 유혹의 한 양태는 귀여움이다. 동일한 원리를 음악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즉, 음악에도 귀여운 음악이 있다. 그 예를 아래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아래 곡이 지나고 나서 이어지는 곡들은 깨나 웅장하다. "Come Together"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유혹이 끝나고 나면 본색을 보여주고 싶게 되는 법이지 않던가? 이어지는 곡들, 특히나 마지막곡 "Cop Shoot Cop"은 하나도 귀엽지 않다. 오히려 몽롱하게 약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술담배를 하기 시작하면 이미 더 이상 아이가 아닌 것--'어른'--이거나 아니면 '불량청소년'이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던가? 2021년에 나온 리이슈 앨범을 들어보면 앨범의 성질이 전반적으로 훨씬 더 웅장하게 바뀐 것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첫째곡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앨범이 되었으니 좀더 편안하게 자기 모습을 보여주어도 될 것이다. 귀여운 유년기에서 시작해서 징그러운 청년기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그려내는 앨범이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Ladies and Gentleman . . .'의 귀여움은 뒤이어질 곡들이 담고 있는 다소 다른 색채의 음악을 견디게 해줄 진통제와 같다. 음악이 시간을 극복하며 계속해서 청취되는 방법에 귀여움이란 게 있다면 아래 곡이 한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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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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