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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Stop Whispering" (U.S. Version)

by spiral 2022. 5. 8.

의외로 내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라디오헤드의 앨범은 아래 곡이 실린 [Itch]라는 일개 EP로 기획된 허술한 앨범이다. 특히 아래 곡을 좋아했다. [파블로 허니]에 실린 원래 판본보다 이게 더 낫다고 느꼈다. 사실 [파블로 허니]는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상업화가 덜 된 모습이라 불편하게 느꼈던 것 같다. 해당 앨범에 실린 "Stop Whispering"은 날것의 기타가 전면에 나서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옷을 입지 않은 채 알몸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거칠지만 그렇다고 딱히 속이 시원한 느낌도 아니었다. 어딘가 아마추어티가 가시지 않은 데모 앨범 같았다. 쉽게 말해서 미국식 팝송이라 할 만한 곡이 없었다. "Creep"이라는 걸출한 곡이 있긴 했지만 곡의 후반부에서 폭팔하는 구성 이외에 사운드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팝송이라 하기 어려웠다. 그에 비해 아래 녹음은 "US Version"이라는 문구가 보여주듯 완전히 미국식 팝송이 된 모습을 하고 있다. 날카롭게 울어대던 일렉 기타는 어쿠스틱으로 전환되어 전주 역할로 물러났고 그 빈자리를 리듬 기타가 예쁘게 포장하고 있다. 사실 어린 시절 난 이런 달콤한 곡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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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h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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