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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by spiral 2022. 2. 27.

한낱 톱니바퀴 뭉치에 불과한 기계가 스스로 움직여 일어서기 시작하는 순간보다 더 순수하게 상상력이 물질로부터 발생하는 순간을 담아내는 장면도 없다. 오늘날 상상은 기계와 함께 발생한다. 기계 내부에 깃든 상상력을 일컫는 철학적 용어가 바로 주체(the subject)다. 주체가 비의미에 맞닿아있는 것은 그것이 기계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다. 의미가 체감되는 것은 오직 기계적 비의미를 관통하는 한에서다. 인간의 인간성은 비인간의 관점에서만 접근가능하다. 생명은 낯선 것 속에서만 살아있다. 바로 그 고집스러운 낯선 생명의 다른 이름이 기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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