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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Fleischmann, "Even Your Glasses Miss Your Eyes"

by spiral 2022. 2. 16.

오래된 곡이다. 개인적으로 플라이슈만이 만들어낸 곡 중 이 곡에 가장 큰 애착을 느낀다. 전자 음악가로서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하는 그가 이 앨범에서 노래를 최초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노래는 최초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것이어야한다. 노래는 가수들의 것일 수 없다. 고체가 액체로 변하는 순간,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순간, 무기물이 유기물로 변하는 순간, 생명체가 최초로 숨을 내쉬는 순간, 숨소리가 목소리가 되는 순간, 그러한 순간들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음악은 그 변환의 과정이 만들어내는 소리다. 가수의 노래는 목소리로 돌아가야하고, 목소리는 숨소리로 돌아가야한다. 그렇게 고차원적 생명으로부터 단세포적 유기물로, 무기물로, 그리고 원자의 단위로까지 되돌아가야한다. 가수들의 노래가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아낼 때 음악은 물질이 산출하는 맥박을 담아내야한다. 아래 곡이 5분 여 동안 노래를 들려준 후 다시 목소리를 잃은 소리의 영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발걸음은 아이가 최초로 내딛는 걸음마와 같아야한다. 모든 발음은 아이가 최초로 단어를 조음할 때 내는 절반만 분화된 소리여야한다. 단어라고 할 수 없는 것들, 절반의 단어일 뿐인 것, 그렇기에 절반의 숨결이기도 한 것, 음악은 그 속에서만 경이로울 수 있다. 만약 소리와 언어가 다른 것이라면, 오직 어눌한 자만이 음악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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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st is not a Weltanschauung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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