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의 소리다. 불완전한 시대였다. 열등감 또한 가득했다. 그러나 그렇기에 부족함을 온몸으로 채우고자 했던 시대였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기억된다. 1990년대의 소리는 온몸으로, 내 몸 안 세포의 밑바닥으로부터 느낄 수 있다. 내가 먹고자란 소리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음식만 먹지 않는다. 몸은 소리를 먹으며 자란다. 성장기에는 음악이 영양소다. (또한 이미지가, 냄새가, 촉감이 양양소다.) 소리가 성장하는 세포질을 감싸며 적신다. 세포는 소리를 흡수한다. 성장기가 지난 뒤 소멸하는 신체 속에서 음악이 신체 없는 기관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기억은 음악적이다. 음악은 신체 없는 기관을 깨운다. 죽었던 자가 다시 깨어나듯. 바로 이 죽은 자의 깨어남이 지나간 시대가 시간을 잊은 채 다시 되돌아오는 방식이다. 이를 레트로라 부르든 뉴트로라 부르든, 용어 자체는 부차적인 기술적 문제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집단의 기억으로서 한 시대가 낯선 공간 속에 불러일으켜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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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ce Deux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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