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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리퍼, "갈색종이"

by spiral 2021. 2. 10.

2004년에 발표된 앨범이나 개인적으로는 약 10년 전에 즐겨들었다. 당시 난 매일 같이 밤 11시 경 야외에서 4Km를 뛰었는데 내게는 이 앨범보다 더 완벽한 사운드트랙도 없었다. 달릴 때 만들어지는 호흡의 원초적 리듬과 아래 앨범이 제공하는 리듬이 일치한다고 느낀 덕분이었다. 사실 만들어진듯 만들어지지 않은 리듬이야말로 [브라운페이퍼]의 매력이다. 숨을 헐떡이는, 아직 완전히 가공되지 않은, 전자음악과 같은 소리를 들려준다. 음악이라기보다는 사물이 내는 날것의 소리를 조합하여 리듬과 비트를 산출해낸 모습이다. 여러 공구를 담는 상자가 있듯 자질구레한 소리를 마치 잡다한 물건처럼 담아낸 상자가 하나 있다면 아마 아래 앨범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어디에 쓰는 공구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이상한 도구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유튜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상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이는, 잘 합성된 소리 모음집과의 차이가 여기 오리무중의 정체성에 있다. 매력이란 그러한 오리무중의 것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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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npaper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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