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엔 몸집이 거대한 칠면조들이 떼로 몰려다닌다. 그들 중 수컷은 위기에 처하면 불현듯 화려하기 짝이 없는 깃털을 부채 펼치듯 펼쳐 자신의 거대함을 과시한다. 이들이 깃털을 부채 펼치듯 펼치는 경우가 하나 더 있다. 짝짓기를 할 때다. '월드스타 비'의 "깡"이라는 곡의 안무를 보며 공작새 혹은 칠면조의 부채처럼 펼쳐진 깃털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과장되게 공중으로 손과 발을 뻣어대는 동작들을 보라. 화려하고 또 화려하며, 강력하고 또 강력하다. 아래 안무는 젠더화된 남성의 행동거지를 완벽히 구현하는 표본과 같다. 일로와이로의 일로와 비교해보라. 비에 비하면, 일로는 깃털이 아니라 '솜털' 밖에 없는 '애송이'에 불과하지 않은가? 물론, 오늘날 '깃털'이 작동하는 방식은 예전 같지 않다. 20년 전 같았으면 '우와~'하고 넋을 놓고 바라봤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 사이에서 화려한 깃털은 전혀 다른 반응들을 낳고 있다. 사람들은 공작새가 푸드덕거리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깃털을, 마치 1억 년도 더 전에 살았던 시조새의 화석을 보며 신기해하듯, 만져보고 검토하느라 신들이 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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