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

윤지영, "부끄럽네"

by spiral 2020. 6. 9.

불어오는 바람에 휩쓸려 어느 순간 사라져버려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방금 태어난 신체가 사라져버리기 전에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미약하게 소리로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아래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인간의 내면이란 달팽이가 항상 등에 짊어지고 다니던 자신의 집이 사라져버린 것을 알고 갑작스럽게 느끼게 되는 부끄러움과 다르지 않다. 벌거벗은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면 폭풍이라도 불어와 이 떨리는 나약한 신체가 애초 한번도 존재한 적 없었다는 듯 사라지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 사라지지 않고 버티기로 작정할 때 흔히 사회적 존재라 불리는 낯선 신체가 갑옷과 같이 헐벗은 신체를 감싸게 된다. 아래 음악과 영상에 비추어진 신체는 그 어떤 옷도 없이 완전히 헐벗고 있다. 옆에서 다른 누가 내뱉는 숨결 하나에도 상처가 날 모습이다. 영상 속에 그 자신 이외에 아무도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20대 초반이라는 시기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권과도 같은 헐벗음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