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능은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아주 자주 생존의 환상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리하여 거꾸로 생존하지 못하게 된다. 생태계 내에서 일어나는 사실관계에 기반한 정보를 충분히 많이 얻어야 생존에 필요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실이 감당할 수 없을 때 찾아온다. 현실이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단계에 이를 때 인간은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는 환상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한다. 그러나 생존의 환상을 만들어내게 되면 해당 개체 및 집단은 물리적으로 생존에 실패하게 된다.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하는 극우 유튜버들과 윤석열의 사고방식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들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총선 이전에 수행된 많은 여론조사가 여당이 큰 차이로 승리할 것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그에 반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총선이 조작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뜻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들이 보고자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믿었던 여론조사가 그 자체로 여당이 대패할 것이라는 현실을 왜곡하기 위해 조작의 형태로 수행된 것들이었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이다. 명태균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그는 여론조사를 조작했다. 여권 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막강했고 그의 조작된 여론조사을 언론이 받아써서 조작된 현실을 지지자들 사이에 유포했다. 이를 가장 강력하게 믿은 것이 윤석열이다. 바로 이 총선이 조작됐다는 믿음이 그로 하여금 총칼로 국회를 해산시켜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원동력이다. 그는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일 뿐이라 여긴다. 올바른 일을 했다고 믿는다. 이를 어리석음의 극치라 한다. 어리석을 뿐 아니라 폭압적이기까지 하다. "총을 쏴서라도," 즉 사람을 죽여서라도 자신의 뜻대로 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꿰뚤어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극치를 일국의 대통령이 보여주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하게 된다. 그의 탄핵과 체포는 망할 운명의 나라를 구하기 위한 극약처방과 같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정말 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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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ld Country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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