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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패닉]

by spiral 2019. 4. 6.

어린 시절 애착을 가지고 들었던 앨범의 하나다. 10대 시절의 특권 중 하나는 별것 아닌 것도 놀라움 속에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아래 앨범을 기억하는 방식이 그렇다. 지금 들어보면 마치 데모 앨범 같은 작업 상태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기술적으로 발전된 최근의 아이돌 음악에 비교하자면 너무도 소박하다 못해 아마추어적으로 들린다. 특히 "왼손잡이" 같은 경우 지금 들으면 멜로디나 창법이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 앨범에 실린 많은 곡의 멜로디나 창법이 사실 대체로 그러하다. "더"라는 곡 하나가 예외이지 싶다. 그러나 당시 내가 듣기에 이 앨범에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음악적 야심이 있으면서도 반항적이고 또 지적으로 들리는 면모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쉽게 말하면, 감수성 예민한 시절을 사는 10대가 듣기에 '특별하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무엇이 있었지 싶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내가 대중 음악 속에서 반항적 정신 혹은 시대와 불화하는 정신을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오늘날 우리가 티비 스크린 속 아이돌에게서 흔히 보듯 음악을 구실로 삼아 포르노그라피적 쾌락을 찾으려 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내게 음악은 보는 것이지 않았다. 정확히 음악은 듣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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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ic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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