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데미안, 아브락사스 20여년 전 읽은 [데미안]을 다시 보고 있으면, 20세기 초반의 소설들이 그런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언어가 과도하게 추상적이고 사색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죄의식에 빠진 한 인간의 정신사를 다루는 이야기인만큼 신체에 대한 감각적인 묘사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스티븐 디덜러스를 생각해보라. 어린 시절 그에게 기독교는 죄의식을 심어주는 공포의 원천과 같았다. 당시 소설의 분위기가 그랬다. 사실 [데미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의 상징주의적 언어를 사용한다. 아래 유명한 구절에서 보듯, 싱클레어에게 '새'는 자연도감에 나오는 새가 아니다. '새'는 '아브락사스'라는 '신'을 향해 날아오른다. 마찬가지로 '새'가 깨고 나오는 '알'은 '새'의 부.. 2020. 2. 8.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