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09 "Oppenheimer: The Decision to Drop the Bomb" 아래는 영화 [오펜하이머]로 유명해진 오페하이머의 "이제 나는 죽음,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다"는 인터뷰 장면이 담긴 NBC의 다큐멘터리 "원자폭탄을 떨어트리기로 한 결정"의 전체 영상이다. 1965년 1월5일 방영된 영상이다. 오펜하이머의 인터뷰 장면은 1시간 4분 경에 나온다.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 개인적으로 [오펜하이머]를 크게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역사적 사건에 기반한 영화인만큼 사전에 내용을 알고 있어 극중 일어날 일에 대해 서스펜스를 느낄 수 없었다는 게 한 이유였지 싶다. 그러나 동시에 말이 너무 많아서 영화를 보고 있기가 피곤하기도 했다. [오펜하이머]는 인물들 사이에 파지는 감정의 골을 따라가지 않으면 큰 재미를 느껴기 어려운 영화다. 그러나 많은 중요한 영화.. 2023. 9. 4. 메탈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근래 메탈이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한번 볼 만하다. 메탈 음악은 일반적으로 마초적 남성의 반사회적 공격성을 음악이라 불리는 미학적 양식을 가지고 승화시킨 경우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메탈에 미학이라는 말을 쓰는 것에는 일리가 있는 동시에 어폐가 있다. 일반적으로 미학은 질서와 균형미를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메탈은 기존의 미학적 균형을 깨버리는 데 훨씬 더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자기 나름의 원칙과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질서정연하기도 한 게 메탈이기도 하다. 메탈은 하나의 공식으로 장착된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메탈이 근래 장르로서 대중적 지지 기반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새롭.. 2023. 8. 26. WeDance, "Silk Shirt" 위댄스의 음악을 들을 때면 21세기에도 음악이 아직 순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사실 이들의 음악 자체가 오래동안 옷장 한 구석에 묻혀있었던 아빠의 화려한 실크 보물 셔츠 같다. 세상에 중심에 있지 않은, 길에서 처음 만난 '옆자리 아주머니'만이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보물 말이다. 유행이 지나 버려진 과거의 파편, 패셔너블한 세상의 사람들이라면 무시할 옛것에 불과한 것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위댄스가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듣고 있으면 '감정'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빌보드 차트를 누빈다는 K-팝 곡에 없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감정'일 것이다. 위댄스의 "그저 하고 싶다는"을 다시 떠올려보자. 개인적으로 근래 한국에서 나온 곡 중.. 2023. 8. 5. 인문학은 학문인가 교양인가? 문학과 철학을 기반으로 공부하지만 동시에 난 과학과 수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도 하다. 과학과 수학을 고려에 넣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의 하나는 문학 비평가들의 철학 이해가 20세기적이라는 것이다. 문학 비평가들 사이에서 대부분의 경우 철학은 하이데거 이후 미학적 존재론으로 옮겨갔을 때의 철학이 기준이다. 이는 문학 비평가들 사이에서 니체 이전 철학은 거대 담론과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는 '나쁜놈 철학' 정도로 퉁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문학 비평가 중에도 니체 이전, 예컨대, 칸트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있다. 그러나 그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칸트의 철학 체계 일반이 수학 및 과학 전통과 어떠한 관계 속에서 나오게 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여기서 문학비평은 순수한 미학의 문제이거나.. 2023. 7. 30. Cole Pulice, "If I Don't See You in the Future, I'll See You in the Pasture" 서울 거리를 다니면 너무도 피곤하다. 온갖 메세지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광고물들이 첫번째다. 가게의 간판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건물이 있는 곳엔 여지없이 가게가 있다. 그들 가게는 보는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여 가게 안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자 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여기저기 눈길을 끌고자 혈안이 된 문구와 영상으로 가득하다. 버스 안 디스플레이를 보면 순간적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엔터테인먼트 영상이 유튜브 영상과 같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그 아래 뜨는 한 줄 기사 속 정치 뉴스 기사는 한국 주류 미디어의 입장을 대변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다른 한편 버스의 유리창에는 투명 스티커 형태로 광고가 침투해있다. 근래 형사물 혹은 깡패물 영화에서 자주 눈에 띄는 육중한 체구의 한국계 미국 배우가 근거 없는 .. 2023. 7. 16. Aby Coulibaly, "Weekdays" 아래와 같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낯설다. 아직 사회적 시선이나 편견에 의해 굳어지지 않은 유연한 사람만이 저렇게 감정적으로 나긋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 이곳저곳에서 행정적 일을 보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겉으로는 친절한 듯 포장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닳고 닳은 그리하여 편견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한순간 자기 방어적으로 돌변하는 모습 속에서 꾸며진 친절함을 발견한다. 그러다 아래와 같은 곡을 들을 때면 낯설다고 느낀다. 나이든 사람들이 지닌 두려움은 근본에 있어 친절하지 않다. 사실 나도 별로 다르지 않다. 세상과 싸우는 과정에서 자기를 보존하기 위해 딱딱해져 거꾸로 작은 충격에도 너무도 쉽게 금이 갈것 같은 모습의 사람들, 그들이 바로 중년이라고 말해 볼 수 있.. 2023. 6. 22. K-팝과 날라리 미국 음악 아래 마이클 머드라노(Michael Medrano)의 "Do Your Thing, Babe!"와 같은 곡은 차트의 정상을 찍는 유형의 음악과는 다르다. 사실 거꾸로다. 마이너한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듣는 음악에 더 가깝다. 그러나 대단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음악은, 한국 청자들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힙한 이국적 분위기에 도취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홍대나, 연남동, 우사단길 같은 곳에 위치한 인스타그램풍 인테리어가 잘 된 카페나 클럽 같은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취향과 일치한다. 물론 아래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마이클 머드라노라는 친구는, 한국 기준에서 봤을 때, 한 가지 큰 결점을 지니고 있다: 그의 외모와 스타일은 한국인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콧수염부터.. 2023. 6. 15. Hélène Grimaud 엘렌 그리모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무엇인가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알고 있던 음악이 좀 달라진다. 단순히 다른 것만 아니라 더 나은 모습의 음악을 발견하게 된다.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과 다르게 연주하고자 하는 느낌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 한번 듣는 것만으로 그녀의 연주에 설득되기 때문이다.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은 것은 없다. 듣는 순간 알게 된다, 더 훌륭한 곡을 듣게 되었다는 것을. 더 훌륭한 연주가 아니라 더 훌륭한 곡을 듣게 되었다고 느낀다. 아래는 인터뷰 영상이다. 그녀의 음악 세계가 궁금하다면 한번 볼 만하다. 2023. 6. 8. AI와 음악: 신성 갤러거와 인간 갤러거 근래 AI가 어떤 식으로 음악계에 침투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아래 AISIS란 밴드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990년대 오아시스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리엄 갤러거가 밴드의 보컬이라고 여길 것이다. 음악 스타일도 오아시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아래 밴드는 리엄 갤러거나 오아시스와 아무 관계도 없다. 곡과 연주는 브리저(Breezer)라는 밴드의 것이고, 보컬은 AI를 통해 리엄 갤러거의 목소리로 변환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존 오아이스의 팬이라면 아래 앨범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정서적으로 그저 1990년대 오아시스의 미공개 앨범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크다. 사실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아시스 뿐만이 아니다. 70대의 폴 메카트니가 부른 곡.. 2023. 5. 31.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5 다음